임면수 선생(왼쪽)과 전현석 여사.
임면수 선생(왼쪽)과 전현석 여사.

3월엔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 많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났고 수원에서도 독립만세의 불길은 거세게 타올랐다. 이때 김세환, 김향화, 이선경, 김노적 등 많은 애국지사들이 봉기, 청사(靑史)에 이름을 남겼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솔직히 얘기한다. 그 당시 살았다면 그분들처럼 목숨을 걸고 앞에 나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엄동설한에 만주 벌판이나 백두산 밀림 속에서 추위와 굶주림을 버텨가며 무력항쟁을 할 용기도 없을 뿐더러 겁조차 많아 총소리가 나면 먼저 꽁무니 빼고 도망쳤을 것이라고. 만약에 붙잡히면 야만적인 고문을 당하기도 전에 없는 사실까지 술술 불어버렸을 것이라고.

그러니 생명을 아끼지 않고 독립운동에 헌신한 영웅들에게 경외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독립영웅들 가운데 내가 깊이 흠모하고 존경하는 인물은 필동 임면수(必東 林勉洙) 선생이다. 그래서 그동안 임면수 선생에 대한 글을 이곳저곳에 자주 썼다.

40대 초반까지는 임면수 선생을 잘 알지 못했다.

사진작가인 ㅈ선생이 자기 친구 임병무 시인이 시집을 내려고 하는데 작품해설을 써달라는 부탁을 했다. 임병무 시인과는 그런 인연으로 만났다. 나이는 나보다 두어 살 위였는데 참 순박하고 인간성이 좋은 사람이어서 단박에 친구가 됐다.

어느 날 그가 자료 한 뭉텅이를 꺼내 놨다.

임면수 선생의 공훈에 관한 서류와 신문기사였다. 그때서야 그가 독립투사 임면수 선생의 손자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임면수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독립투사이자 교육자, 계몽가로서 국가와 지역을 위해 헌신했는가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이 당시 극단 성을 이끌던 연극연출가 고 김성열은 선생의 생애를 담은 연극을 제작해 공연하기도 했다.

1874년(고종 11) 6월 13일 수원면 매향리(현 수원시 매향동)에서 태어난 선생은 조국의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자신과 가족의 생명, 재산 등 모든 것을 바친 독립운동가였다, 뿐만 아니라 삼일여학교(현 매향중·고) 설립 때 땅을 기부하고 교장으로 봉사했던 교육자이기도 했다.

잘 사는 집안이었지만 독립운동과 교육사업에 전 재산을 쏟아 부었다. 국채보상운동, 신민회 활동에도 열정을 쏟았다. 그러다가 1912년 땅과 집을 모두 팔아 전 가족이 만주로 망명해 독립운동을 했다. 만주에서 신민회 경기도 대표, 이후 경학사(耕學社), 부민회(扶民會) 등 단체에 가입해 독립운동을 펼쳤다. 독립군 양성소인 신흥무관학교 설립에 관여했고 나중엔 신흥무관학교 분교인 양성중학교 교장도 역임했다.

독립투쟁을 하던 중 1921년 일본 경찰에게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이때 혹독한 고문을 받아 반신불수가 됐고 후유증으로 1930년 11월 조국의 해방도 못보고 숨을 거뒀다.

선생의 부인 전현석(全賢錫) 여사는 ‘독립운동의 어머니’였다. 가족과 함께 만주로 망명한 뒤 객주집을 운영했는데 이곳은 독립운동가들의 거점이었다. 허영백의 ‘광복 선열 고 필동 임면수 선생 약사’를 보면 전 여사가 “항상 웃는 얼굴로 병을 앓는 동지들에게 음식을 가려 위로해주는가 하면 전쟁을 치르고 돌아온 군인들을 격려하며, 총탄에 상한 병자에게는 약을 다려주고 붕대를 감아주면서 머지않아 독립이 될 것이라고 위로”했다.

“그 당시 독립운동 하는 자로 선생 댁에 잠을 안잔 이가 별로 없고, 전현석 여사가 손수 지은 밥을 안 먹은 이가 없어 실로 선생 댁은 독립운동가의 휴식처요, 무기 보관소요, 회의실이요, 참모실이며 보급처요, 정비실”이었다는 것이다. 전현석 여사는 임면수 선생이 세상을 떠난 2년 후인 1932년 별세했다.

큰 아들 임우상 지사도 만주와 국내를 오가며 군자금을 마련하는 등 독립운동을 하다가 혹독한 추위에 동상과 독감이 걸려 20대 중반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집안이었다.

임면수 선생 동상 앞에 선 손자 임병무 씨 부부.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임면수 선생 동상 앞에 선 손자 임병무 씨 부부.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늦었지만 지난 2015년 임면수 선생의 동상이 시청 앞 올림픽공원에 건립됐다.

나는 몇 년 전 발표한 칼럼을 통해 임면수 선생의 동상 옆에 부인 전현석 여사와 아들 임우상 지사의 동상도 세워져 이 위대한 가족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3월이다. 이 논의가 본격화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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