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축하의 말부터 전한다. 수원화성문화제가 ‘2024~2026 글로벌축제 공모사업’에 선정됐다는 소식이 내 일처럼 반갑고 기쁘다.

글로벌축제 공모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사업으로써 이번에 선정된 수원시는 올해부터 3년 동안 매년 6억60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수원화성문화제 정조대왕 능행차.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수원화성문화제 정조대왕 능행차.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문체부에 따르면 글로벌축제 공모사업은 ‘잠재력 있는 축제를 선정해 세계인이 찾는 축제로 도약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공연예술형·전통문화형·관광자원형 등 3개 유형에 각 1개씩 축제를 선정했다. 이 결과 수원화성문화제가 ‘전통문화형’에 선정됐고 인천시와 화천군이 공연예술형·관광자원형으로 뽑혔다.

앞으로 수원시와 문체부, 한국관광공사는 2026년까지 외국 관광객 유치 전략을 공유하고 홍보·마케팅 행사를 함께 기획한다.

특히 문체부는 수원화성문화제의 콘텐츠 특징·교통 입지 등을 분석해 선결과제를 진단하고, 맞춤형 전략을 마련한다. 뿐만 아니라 축제가 열리는 지자체의 교통·숙박·다국어 안내 등 외국인 관광객 수용 태세를 정비하는 것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세계 10대 축제와 교류 ▲축제 연계 관광상품 고정수요 확보 ▲국제 홍보 등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간 동안 수원시-문체부-한국관광공사와의 협업이 잘 이루어진다면 수원화성문화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축제로 도약할 수 있다.

수원화성문화제는 올해 61회를 맞는다. 1964년 ‘화홍문화제(華虹文化祭)’로 시작됐는데 그해 서울에서 수원으로 이전한 경기도청 청사 신축 기공식을 했던 날인 10월 15일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였다. 1997년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1999년 수원화성문화제로 명칭을 변경했다.

그 전까지는 그냥 그렇고 그런 관주도 지방 축제 중의 하나였다.

1977년 10월 17일자 동아일보는 ‘문화제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문화‧예술적인 성격이 부족할 뿐 아니라 단순한 놀이행사만 치러지는 유흥적 행사’라면서 가마 대신 지프차가 나와 카퍼레이드를 벌이고 넓은 운동장에서 윷놀이와 씨름 대신 ‘빅토리’와 ‘파이팅’이 연발되는 축구와 배구 경기가 벌어져 차라리 ‘시민의 날’로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할 정도였다. 예산 부족으로 이전 행사를 답습하고 뚜렷한 고증 없이 막연한 추정만으로 행사를 진행된다는 것, 관주도로 진행한다는 점 등을 꼬집었다.

수원화성문화제가 전국적인 유명세를 떨치게 된 것은 1996년 ‘수원화성 축성 200주년’을 맞은 제33회 화홍문화제부터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축제 일정도 ‘화성성역의궤’에 나와 있는 수원화성 준공일인 9월 10일(음력)을 양력으로 환산, 10월 10일 전후로 정했다.

1996년엔 정조대왕 능행차를 본격적으로 재현하기 시작했다. 수백 명에 불과했던 행차 인원규모를 수 천 명으로 확대하고 말도 수 십 필 투입시켰으며 행차 거리도 지지대 고개부터 화성시 융릉까지 연장했다.

1997년 12월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문화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됐고 1999년부터는 축제 명칭을 수원화성문화제로 바꿨다.

이 무렵 수원갈비축제를 포함한 음식문화축제, 정조시대 장용영 무사들의 무예를 바탕으로 한 야조(夜操)공연, 화성축성체험, 시장거리축제 등 풍성한 축제 프로그램들이 시작됐다.

축제의 본질을 잘 꿰고 있던 당시 심재덕 수원시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이 가운데 야조(夜操)공연은 독특한 행사였다. 야조는 성곽전투에 대비한 야간 군사 훈련(성조:城操)으로서 밤에는 야조(夜操) 낮에는 주조(晝操)라고 했다.

수원화성문화제 백미 중의 하나인 야조 공연 장면.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수원화성문화제 백미 중의 하나인 야조 공연 장면.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정조대왕은 당대의 쟁쟁한 학자인 박제가, 이덕무, 무인 백동수 등에게 명하여 ‘무예도보통지’를 펴내게 했는데 이 책에 수록된 무예가 바로 무예24기다. 당시 화성을 수호했던 장용영 군사들이 집중 수련했을 뿐 아니라 무과시험 과목이기도 했다. 화성 연무대는 실제로 장용영 무사들이 창·검술을 훈련하고 말을 달리며 활을 쏘던 장소였기에 이곳에서 야조와 마상무예가 재연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무예24기가 우리 수원의 무예라고 할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더욱이 야조는 초창기 행사 때부터 시민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출연해 만들었던 행사라는 데 더 큰 뜻이 있다. 따라서 이 행사는 관광 상품 뿐 만 아니라 시민단합을 위한 축제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수원뿐 아니라 경기도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연,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공연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지난해 화성문화제에서는 야조가 빠졌다.

수원시는 수원화성문화제가 ‘2024~2026 글로벌축제 공모사업’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수원화성문화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과 정조대왕의 개혁 이념을 기리는 문화축제”라고 밝혔다.

그런데 정조대왕의 지시로 당대 최고의 학자와 무인이 동원돼 만든 ‘무예도보통지’ 수록무예인 ‘무예24기’, 정조대왕이 직접 참관하고 훈련을 지휘한 ‘야조’가 빠지면 되겠는가?

올해 수원화성문화제에서 야조를 다시 만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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