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130분께 수원시청 로비. 7급 공무원 A씨는 전날(13) 열린 베이징 올림픽 야구 예선 미국전을 시청하지 못한 동료에게 소식을 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1점 뒤진 9회 말 대역전극을 펼친 한국 야구 대표팀. 이종욱이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날려 홈을 밟았을 때, 아파트 단지에서 '와아~' 함성이 쏟아져 나오는데 정말 눈물이 날 것 같더라고." 환희와 감동의 순간을 떠올리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 풀리그 첫 경기에서 '거함' 미국을 9회 말 역전으로 무너뜨린 한국 야구팀의 자랑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2층에서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수원시청 소속 유도 장성호(30·100kg급 출전) 선수의 16강 진출 소식이 전파를 탔던 시각이다. 장 선수를 응원하려고 TV 앞으로 몰려든 공무원들이 장 선수가 알베니스 안토니오 로살레스(베네수엘라)를 오금대 떨어뜨리기 한판으로 물리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시청하는 공무원도 눈에 띠었다.

한국 여신궁들의 양궁 결승전이 벌어진 오후 640분께. 퇴근길 달리는 버스 속에서 진풍경이 연출됐다. 30여명이 탄 82-1번 버스에서 DMB 휴대전화을 꺼내 든 10여명의 시민 주변으로 몰려들어 다 함께 응원을 펼친 것. 탑승객 이모(32·)씨는 "박성현 선수가 과녁에 ''을 꽂아 넣을 때마다 버스가 들썩들썩했다"면서 "아쉽게 1점 차로 중국에 금메달을 내줬을 때 버스에 온통 탄식이 흘러나왔다"고 전했다.

같은 시각 KBS드라마센터 맞은편 학원가. DMB 수신이 가능한 내비게이션을 통해 동료와 경기를 지켜본 한 학원차량 운전자는 "우리 여자 양궁 선수 모두 중국에 패해 너무 아쉽다"며 한탄했다. 이들은 또 이날 열린 야구 한국과 중국 경기로 화제를 돌려 심판의 '편파판정'을 문제 삼았다.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편파판정 탓에 승부를 내지 못하고 경기를 중단(우천으로 경기 중단)하게 됐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처럼 베이징 올림픽의 환희와 감동, 안타까웠던 순간이 수원지역 곳곳서도 연출되고 있다. 여느 올림픽 때와는 시차 없이 실시간으로 경기를 볼 수 있는데다, DMB 휴대전화 등 기술의 발전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게 되면서 감동이 더해졌다. 태극전사들이 보내오는 잇따른 낭보로 초반부터 올림픽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올림픽 응원 문화'의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가는 모습이다.

폐막을 10여일 앞두고 있지만, 앞으로도 남자 양궁 개인전, 메달밭 태권도, '한국 역도 간판' 장미란 선수 등의 경기가 남아 있어 당분간은 수원 곳곳에서 이런 모습들을 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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