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한국치매미술협회 신현옥 회장이 치매 어르신이 타일에 그린 미술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추상철 기자 gag1112@suwonilbo.kr

세류2동에 있는 한국 치매미술협회는 치매를 앓는 노인들에게 그림을 지도해 재활시키고, 치매미술 치료사를 교육하는 비영리단체다. 지난 1991년 서울에서 처음으로 미술을 치매 치료에 도입한 신현옥(50·세류2동) 회장은 돌아가신 시어머니 때문에 이 일을 시작했다.

 “시어머니가 치매이셨습니다. 정신을 놓으시는 어머님이 절친했던 이웃들에게마저 외면당하는 모습을 보며 집 안에서 어머님께 그림을 가르쳐 드리는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치매 어르신의 미술 치료가 벌써 20년이 가까워진다. 신 회장은 15년 전 수원에 내려와 지금까지 수천 명의 치매 어르신을 돌보고, 수백 명의 치매 미술 치료사를 양성하는 등 치매 예방 미술 치료를 했다.

“꼭 미술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마음만 있다면 6개월 과정의 강의를 듣고 치료사로 봉사할 수 있습니다.”

현재 100여 명의 자원 봉사가 활동하고 있다. 세류동 사무실에서 교육 중인 어르신만 10여 분으로 시설입소 중인 어르신은 시설로 찾아가 교육한다. 신 회장은 치매 노인들이 그림을 통해 치료하는 것을 ‘회상 요법’이라고 이름 붙였다.

“치매 노인에게 사과를 그려 보시라 하면 사과가 뭔지 기억 못 하시는 분들도 있으세요. 곰곰이 생각하시다가 원을 그리시고, 그 원이 보름달이 되든 빨간색을 칠해 사과가 되든…. 천천히 재촉하지 않고 며칠이 걸리더라도 사과를 그리려고 뇌를 움직이는 노력을 하는 거예요.”
 
개개인마다 사과에 대한 다른 기억을 회상해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미술 치료사의 역할이다.

“아동 미술 치료는 창의력, 미래 개선 등의 목적이지만 치매 노인 미술 치료는 회상, 과거가 모토라서 확연히 다른 성격입니다. 처음 시작한 20년 전 한국에서는 미개척 분야였습니다.”

신 회장은 혼자 수년간 시행착오를 거쳐 치매 미술 치료과정을 체계적으로 완성해갔다. 이제는 그 노하우를 배우러 구리, 울산, 포항 등 전국에서 찾아오고 제주도를 비롯한 많은 도시에 특강을 다닌다. 또한, 신 회장은 ‘미술 치료와 치매 예방-크레파스화를 이용한 회상요법’ 등  관련 전문 서적도 여러 권 출판했다.

이곳에서 치매 예방을 위해 그림을 배운 열 분의 노인은 지난봄 도청 벚꽃 축제 때 페이스 페인팅 부스를 마련해 작은 수익을 마련했다.

“다들 연세가 높으셨는데 자기가 번 돈이라며 신기해하시고 활력이 됐습니다.”

수익금은 모두 형편이 어려운 두 학생에게 장학금으로 전달됐다.

노인들이 그린 그림을 모아 전시회도 갖고 매주 목요일 장안공원에서는 노인들과 노숙자들에게 무료 미술 교실도 운영하며 빵과 음료를 제공한다. 화성을 찾은 외국인들도 간혹 참여한다.

“화성, 행궁만 관광자원은 아니에요. 효의 도시 수원이잖아요. 이런 노인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만 있더라도 충분한 관광 자원이 될 것”이라며 도시의 특색에 맞는 다양한 특화 아이템으로 외국 관광객의 눈길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치매미술협회는 다음 달 20일 장안공원에서 ‘세계 치매인의 날’을 맞아 그동안 노인들이 그린 그림들로 대규모 전시회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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