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이 말이 왜 이렇게 서럽게 들리는 것일까요?"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을 불과 10여 일 앞둔 4일 수원지역 한 사회복지시설 관계자의 말이다.

봉사차 찾아오는 사람도, 후원 물품을 전달하는 사람도 평상시와 똑같지만, 마음만은 설레는 것이 '추석'이란다. 이 관계자는 "추석이면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며 행복했던 한때를 떠올리는 어르신들이 더욱 안타깝다"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온정의 손길'이 줄어들고 있음을 걱정했다.

장안구 조원동에 있는 무료 노인복지시설인 '평화의 모후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67분의 어르신들이 생활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 없이 모금과 후원금만으로 운영되는 영세한 시설이다. 이곳에서 입소한 어르신의 생계는 물론 간호에서부터 임종까지 모두 책임지고 있다. 다행히 주말이면 동주민센터와 기업체, 지역 내 학생들의 봉사자가 찾아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이번 추석을 앞두고 걱정이 앞선다.

모후원의 한 수녀는 "쌀이나 세제 등 생필품이 턱없이 모자라다"면서 "동주민센터나 봉사자분들이 간간이 지원해 주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올해는 다행히 지역 내 작은 기업체에서 추석 밑에 봉사활동을 예약해 둬 일손을 덜 수 있게 됐다.

아동보육시설은 더욱 씁쓸하기만 하다. 추석 명절 행사를 작게나마 치르지만, TV를 통해 본 추석과는 사뭇 풍경에 아이들이 주눅이 듣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추석'은 없는 이만 못한 날로 각인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열린 양로시설 어르신 '화성열차 체험' 행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원시가 평화의 모후원과 중앙 양로원에 있는 어르신 100여 명을 초청해 화성열차를 타고 화성을 둘러보고, 음식을 대접한 단순한 행사였다.

그러나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의 나들이는 그 어느 때보다 감동적이었다. "죽기 전에 언제 또 와보겠소. 아들 먼저 보내고 추석이다 뭐다 해도 즐거웠던 적이 없었는데…." 한 할머니의 말이다.

또 영통구에선 공직자들이 우수리 나누기 운동을 통해 모금한 600만 원과 공직자 봉사단이 수확한 고구마 판매 수익금 83만 원을 형편이 어려운 이웃 40여 세대에 전달한다고 한다. 장안구도 사회 복지시설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 138세대에서 효원의 쌀(20kg)과 농협상품권을 전달하고, 간부공무원 79명과 독거노인·장애인 세대 간 일대일 결연을 해 명절 가정을 직접 방문할 예정이란다.

일반 시민들의 온정도 점차 들려오고 있다. 장안구 영화동에 있는 (주)아주인테리어 강명진 대표는 매월 1가구씩을 추천받아 '사랑의 집수리 사업'을 펼치고, 대한생명 남수원지원단 임직원과 보험설계사 285명이 모은 성금으로 마련한 쌀(10㎏, 100포)도 장안구에 기증했다. 팔달구 소재 남원추원탕 조재영 대표도 4일 관내 저소득가정 100세대에 쌀 10㎏ (230만 원 상당)을 전달하기도 했다.

작지만 큰 행복은 '나눔'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이들이다. 선거철만 되면 찾는 의례행사가 아닌 이들에게 진정한 '추석'을 되새길 작은 온정이 아쉬운 시점이다. 수원시민 모두가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은 나눔의 행복을 실천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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