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저녁 7시30분께 수원시 팔달구 교동 수원시가족여성회관 3층에서 수원시장애인합창단 단원들이 장애의 아픔도 잊은 채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 추상철 기자 gag1112@suwonilbo.kr

"건넛마을에 최진사댁에 따님이 셋 있는데 / 아 그중에서도 셋째 따님이 제일 예쁘다던데 / 아따 그 양반 호랑이라고 소문이 나서 / 먹쇠도 얼굴 한번 밤쇠도 얼굴 한번 못 봤다나요~♬" <동영상 뉴스 참조>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지난 5일 저녁 7시30분 수원시 팔달구 교동 수원시가족여성회관 3층에서 구성진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수 나훈아가 불러 히트시킨 '최진사댁 셋째딸'이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제각각 다른 목소리가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내는 여느 합창단과 다를 바 없지만,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말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43명의 장애우로 구성된 수원시장애인합창단이라는 점.

올해로 창단 8년째를 맞은 합창단은 오는 21일 장안구민회관에서 열릴 첫 '창단 기념 연주회'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지휘자 이원희(46·여) 씨의 손놀림과 손뼉 장단을 놓칠세라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했다. 단원 중 31명(지체장애)은 거동이 불편하고, 시각(6명), 청각(2명), 지적장애(4명) 등의 장애우라서 제대로 된 화음을 낼까 의아했지만, 이들이 빚어낸 아름다운 선율이 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우리 단원들은 남들보다 10배는 더 노력해야 해요. 대부분 악보를 읽지 못하죠. 어떤 단원은 저의 입 모양과 손짓을 보고, 더러는 음성을 듣고 노래를 익혀야 해요. 하지만, 장애, 그것은 일상생활이 조금 불편할 뿐 걸림돌이 되진 못해요." 3년 전 첫 지휘봉을 잡은 이 씨는 '노래'를 통해 희망을 노래하는 장애우들이 대견하다고 했다.

이들 장애우에게 희망의 문을 만든 이는 (사)경기도장애인복지회 수원시지부 박동수 회장. "지난 2000년 '장애인 노래교실'을 운영하다가 합창대회가 있다기에 우연하게 합창단을 꾸리게 됐어요. 창단 첫해 ‘경기도지사배 장애인합창대회’에서 은상을 탔죠. 허허허(웃음)."

▲ 열악한 환경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는 수원시 장애인합창단이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사)경기도장애인복지회 수원시지부 박동수 회장. ⓒ 추상철 기자 gag1112@suwonilbo.kr
이 대회가 열린 8회까지 2차례(2005년, 2008년)의 대상을 받는 등 단 한 번도 상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실력도 수준급이다. 꽤 유명세를 타면서 수원시 행사나 장애인의 날 행사 등 연간 4차례 정도의 굵직한 초청공연도 진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애로사항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호성 사무장은 장애인 이동권 확보가 절실하다고 했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2시간 정도 화음을 맞추고 있죠. 좀 더 욕심을 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몸이 불편한 단원들을 한데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요. 집까지 태우러 갔다가 연습이 끝나면 또 바래다줘야 하기 때문에 비용과 이동 시간도 만만치 않죠. 그나마 수원시가 저상버스를 지원해줘 수고를 덜었다 해도…."

장애인합창단은 첫 연주회를 계기로 제2의 창단을 선언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단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들떠 있었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 시간을 내 연습에 참가하는 이영숙(48) 씨는 연주회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일과 합창단 모두를 하려고 하니 힘들어요. 하지만, 노래를 부를 때가 제일 행복해요. '나도 무언가 할 수 있구나! 비록 몸은 불편해도 노력하면 안 되는 것이 없구나!'를 느껴요."

이 씨뿐 아니라 대부분의 지체 장애우들이 신기하게도 노래를 부를 때만큼은 고통을 잊는다고 했다. 음악을 통해 '재활치료'가 되는 것일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박 회장은 "서로 의지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면서 부족한 면을 채워주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심전심으로 통하는 '무언의 사랑'이란다.

이번 연주회는 모든 장애우들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 노래로 장애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단 믿음을 보여주는 공연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한편, 연주회는 21일 오후 7시 장안구민회관에서 열리며, ‘물새알 산새알’ 등 총 11곡을 선사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