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시 주요 버스정류장마다 설치된 자전거 보관대(왼쪽)와 잘 정비된 보행자·자전거 겸용도로(오른쪽). ⓒ 이정하 기자

자전거와 관련해 앞서 진단한 것처럼 창원과 수원시는 자전거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든 측면에서 동떨어져 있다. 계획도시인 창원은 애초 자전거도로 여건이 월등히 좋은데다, 젊은 시장의 ‘자전거 특별시’에 대한 의지가 대단하다. 따라서 예산지원 및 정책 개발의 최우선 순위도 자전거에 집중되고 있다.

창원시 자전거 정책과 이종철 씨는 “앞으로 ‘자전거족’을 위한 편의시설(정비소 및 휴식처 등)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점차 여건이 개선되면서 자전거가 안전하고 편리하다는 시민의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시도 지난해 5월 자전거 정책과 관련된 ‘자전거 이용시설 정비사업 기본 및 실시설계’를 통해 중장기적인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창원시와는 괴리감이 든다.

우선 도시공간적 구조부터 다르다. 기존도로를 전용도로로 대체하거나 자동차 겸용도로를 만들 만큼 대로도 많지 않다. 때문에 (광교·호매실)신도시를 포함한 수원지역 모든 자전거도로는 기존 보도 겸용으로 조성된다. 더욱이 시 교통정책의 우선순위도 자동차 중심의 도로건설에 머물고 있다. 올해 세운 자전거 관련 예산도 거의 없을 정도로 의지가 박약해 보인다.

그렇다고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녹색도시’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수원시장이 자전거정책에 적극성을 띈다면 도시공간적 한계는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통정책 전문가와 자전거동호인들은 수원시가 벤치마킹해야 할 자전거도시는 하드웨어적인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창원시보다는 여건이 비슷한 일본 도쿄 등 대도심 지역의 자전거 정책을 본받아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최철규 건설국장도 “대도심의 도로환경이나 도시계획 여건을 고려했을 때, 자전거전용도로 개설은 불가능하다”면서 일본 도쿄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 도쿄는 그야말로 자전거 천국이다. 하지만, 애초 일본 도쿄도 자전거 이용이 많지는 않았다. 수원처럼 구도심에 속해 전용도로를 만들기도 어려웠고, ‘도로 다이어트’도 사실상 힘들었다.

▲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수원시 김용서 수원시장(위쪽 사진 오른쪽)과 박완수(아래쪽 사진 오른쪽·맨 앞) 창원시장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 ⓒ 수원시·창원시
땅값도 비싼데다, 교통량도 상당히 많아 도로를 확장하거나 줄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기존 보행자 겸용도로를 활용했다. 고령자와 자전거족 등 교통 약자를 위한 교통환경을 체계적으로 마련해 보행자와 자전거가 동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이다.

일본은 도로에 턱이 없고, 전신주 및 각종 보행에 지장을 주는 장애물을 지하화하는 등 배리어프리(장애물 없는 환경구역) 사업을 오래전부터 추진해 왔다. 또 건널목은 보행자와 겹치지 않도록 별도의 자전거 건널목을 설치하고 있으며, 육교마다 자전거나 유모차를 끌고 올라갈 수 있도록 완만한 경사로를 만들었다.

전철이나 버스 등 환승 구간마다 자전거 보관대를 설치하고, 도심 곳곳에 보관대를 만들어 언제 어디서나 주차에 불편이 없도록 했다. 특히 도난 등의 위험도 자전거 등록제를 시행해 줄여나가고 있다.

수원도 일본 도쿄와 사정이 비슷한 실정이다. 도로 여건상 기존 도로 차선을 줄이거나 확장한다는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어마어마한 보상비와 교통량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수원시도 자전거 전용도로 개설이나 ‘도로 다이어트’가 어렵다면 일본처럼 보행구간에 대한 환경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원지역 주요 도로에 전신주와 도로 턱만 없어도 보행자 겸용 자전거도로 이용이 훨씬 수월할 것이다. 또 시가 구상한 대로 2010년까지 수원지역 4대 하천변과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주변, 역세권과 주요 관공서, 백화점 등 대형주민편의시설에 보관대를 설치하면 5천343대(총 96개소)를 한꺼번에 보관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지난해 '수원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조례’가 신설돼 중장기적으로 보행환경도 정비할 계획이다. 이 조례에는 전신주 지하화 등 교통 약자의 이동에 불편을 끼치는 장애물을 제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원시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수원교통발전포럼 김숙희 책임연구원은 “수원은 자전거 인프라를 구축하기 상당히 어려운 도시공간구조를 지니고 있다”며 "구도심 밀집과 좁은 도로 폭 등으로 도로 다이어트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돌려 말하면 수원시가 실효성 있는 자전거 정책을 시행하려면 공간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원시도 보행자 겸용 자전거도로의 제도적 문제점과 한계, 보행환경 개선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섣불리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처럼 보행환경을 개선하는데 만도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될 것을 추정되기 때문이다. 결국은 예산 확보가 관건이다. 녹색성장을 표방한 정부가 자전거 관련 지원을 늘리고, 지자체도 자전거를 통한 교통환경 개선 차원에서 다른 예산에 우선해 사업비를 마련해야 한다.
 
자전거 정책은 20~30년 후 발생할 효과를 내다보고 추진해야 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당장 효과가 드러나지 않는다. 시민단체는 이 문제를 민선시장 체계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민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눈에 드러나는 사업을 해야 다음에도 뽑아주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하고서 “민선시장이 대단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제대로 된 자전거 정책을 펼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 자전거의 교통 수단분담률 1.2%에서 2012년 5%로 끌어올릴 계획을 발표한 이명박 정부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먼 미래를 내다보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혜안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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