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신종플루로 인해, 필자가 축제운영에 관계하고 있는 의왕시 백운 예술제의 올해 행사가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물론 의왕뿐만이 아니라 지방 자치단체와 지역에서 해마다 크고 작게 열리던 가을 예술제나 축제 대부분이 9월 이후 신종플루의 위험 때문에 취소됐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일년 내내 축제나 문화예술제를 준비하던 단체들이나, 기다리던 시민들의 실망도 실망이려니와 무엇보다도 개방된 공간에서의 모임조차 신종플루의 공포 앞에서 맥없이 무산되어 버리는 바람에 사회적·문화적·경제적인 면에서 다소간의 타격이 있으리라고 본다.
그만큼 지역사회 축제나 행사에는 많은 영향과 의미가 부여된다.

그러한 지역축제가 활성화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초기 지역축제는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고자 하는 데 그 취지를 가졌다. 특히 문화예술의 보급면에서 취약지역인 농어촌 지역축제는 그 지방 사람들에게 구경꾼이 아닌 참가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해줌으로 잠시나마 고단한 일상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즐거움을 누리는 기회를 안겨 줬다.
또한 지역 문화 예술 행사가 경제적인 이익 또한 가져다 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지역축제가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 행사로 자리 잡으면서 관광산업과 경제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화 예술과 지역성을 더해 요즘은 행사나 축제도 다양한 경향을 띠며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각 지역의 토산품이나 전통 문화, 예술만이 아닌 지역 내의 환경을 내세운 환경산업이 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특히 아름다운 자연 경관이 있거나 독특한 동물, 명소가 있는 경우 그것을 특화 개발해서 축제와 관광 상품으로 또는 지역 내 특산물이나 자연 학습지로서 환경교육의 장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시화호 갈대 습지 환경 축제나 무주 반딧불이 축제가 그런 경우이다.
이것은 지역 경제에 많은 도움을 줄뿐 아니라 그 지역 내의 모든 문화 예술 영역의 질적인 향상을 가져다 준다. 또한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시켜 지역 주민들의 단결력과 공동체 의식을 함양시켜주게 된다.

여기에서 요즘 한 가지 새로운 아이템이 나타났다. 드라마를 통한 한류 열풍이 불면서 새롭게 생긴 문화 콘텐츠 관련 사업이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드라마 ‘겨울연가’나 ‘대장금’의 촬영지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유명해 드라마의 수출 이외에 많은 소득과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아시아 지역에 알리는 관광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문화 콘텐츠로 인한 파급 효과는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러한 현실에서 특산품이나 관광지가 없는 지역사회에서는 무엇을 개발해야 하는가가 숙제로 남는다. 필자가 현재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환경예술이 우리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다.
환경예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접목되고 활용될 수 있다. 도시에선 건축물로 대표될 수도 있고 공공시설에선 조각이나 그 주변 환경에 설치되는 환경예술로서의 설치미술 등 아주 다양하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려는 환경예술이란 현지의 자연생태와 부합되는 환경예술을 뜻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보호하고 지켜내야 할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인간과의 공생 그리고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담으면서 동시에 그 지역의 특성을 표현하는 환경예술이 지역마다 대표하고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그것이 회화나 조각품 아니면 음악이나 자연을 노래하는 우리네 전통 소리라도 좋다.
무형이든 유형이든 그 지역의 환경과 의미를 홍보할 수 있고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환경예술이 필요하다고 본다. 환경 예술도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서 지역 문화 발전과 경제 발전에 자리매김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지역의 정체성을 지켜가면 환경을 유지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내가 사는 의왕시의 왕송 호수에서는 현재 그 일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필자는 왕송호수의 자연물이자 호수의 정비를 위해 치워야만 하는 커다란 바윗돌을 이용한 대지미술을 하고 있다. 왕송호수는 원래 농업용수를 위한 저수지였으나 현재는 용수에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돼 왕송호수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하나의 명소가 됐다.
이러한 바윗돌을 이용해 그 주변을 따라 왕송호수를 표현하는 자연물을 상징하는 거대한 대지미술 작품을 만들어 왕송호수를 찾는 이들에게 자연과 인간이 함께하는 예술을 시도하면서 동시에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의 일부분 역할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술은 반드시 미술관에 있어야하고 아름답고 희소가치가 있어야한다는 그러한 발상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과 자연을 화폭으로 삼아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이 곧 삶의 예술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게 환경예술이 지역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환경예술은 예술로서의 가치뿐만 아니라 환경교육의 장으로도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역할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인간과 자연·문명은 하나의 유기체처럼 얽히고설긴 관계이며 이 시대가 끝나도 영원히 계속돼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인간과 자연을 연결해주는 고리로 환경예술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현시대의 사람들에게 인간과 환경에 대한 의미를 알리고 후대에게는 길이 남겨질 수 있는 그 지역만의 독특한 환경예술을 개발하는 것이 현재 국가에서 추진하고 있는 환경산업 개발 정책에도 고려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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