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은 부패를 없애기 위해 국제연합(UN) 회원국들이 정해 놓은 ‘세계반부패의 날’이다. 7년 전 한국을 포함 UN 90개국이 모여 제정했다. 2002년 유엔 회원국들은 부패방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멕시코 메리다에서 각국이 연루된 부패 문제를 국제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유엔반부패협약(UNCAC) 조인식을 가진 바 있는데 바로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정해진 것이다.
이 조인식에서 마련한 유엔반부패협약은 세계 각국이 광범위한 부패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뇌물 횡령 자금세탁 등을 불법화하는 법률을 채택하며, 부패지원이나 수사방해 행위를 범죄로 다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 지도자에 의해 수탈된 국가자산을 차기 정부가 환수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또 협약은 이행강제력을 구사하기 위해 각국이 서명과 함께 비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12월 현재 유엔반부패협약 이행을 위한 국회 비준을 마친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140 여개 국이다.
명실 공히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개방경제와 공정무역 협의체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이기도 한 한국은 2003년 유엔반부패협약 조인식에서 서명을 하고 비준절차도 마친 상황이다.
사실 부패문제는 UN뿐만 아니라 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핵심 해결과제로 부상한 지 오래다. 아시아 중남미 등 일부 신흥시장에서는 국제사회와 정부의 경제원조를 받더라도 심한 부패로 인해 지원금이 경제발전으로 선순환되지 못해 낭비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12년 전 선진국 진입 문턱에서 IMF환란 고초를 겪은 우리나라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방만한 1인 족벌경영· 순환 출자식 분식회계, 정·관계 로비용 비자금 조성 등의 관행적 불법사례들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청렴성이 어느 정도일까. 베를린 소재 국제 반부패기구인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올해 부패인식지수(CPI)에서 우리나라는 180여개국 중 39위에 랭크되고 있다. CPI 점수산정 방법이나 신뢰성에 대해서는 많은 이견이 있긴 하지만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22위로 평균 점수인 7.04점에 크게 못미친다. 국가 경제력 15위에 비해서도 많이 뒤쳐진다. 한편 1위는 뉴질랜드(9.4점), 덴마크(9.3점) 2위, 스웨덴과 싱가포르(9.2점)가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우리는 산업화·정보화 시대를 선도하면서 OECD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그 뒤에는 부패란 독버섯이 사회곳곳에 자라났다. 수출 주도 경제성장 과정에서 해외시장에도 부패 독버섯이 묻어나가기도 했다. OECD가입 13년이 된 지금, 경제선진국에는 어느 정도 접근했어도 청렴선진국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면 비약일까.
세계 최고의 교육수준과 첨단기술 개발로 경제 15위권에 있는 한국은 OECD회원국과 경쟁은 물론 추격해 오는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권 국가와 경쟁해야 한다. 한국은 자원이나 인구면에서 경쟁이 안된다. 교육과 기술력도 급속도로 평준화되어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진정한 선진국인 청렴국가를 건설하는 일이다. 유교사상이 뿌리깊은 우리는 나쁜 일하면 부끄러워할 줄 아는 국민정신이 있다.
가장 깨끗하고 청렴한 나라를 만드는 게 우리의 자원이고 무기다. 실제 자원과 무기가 빈약한 우리나라는 미국의 국제 정치학자 조지프 나이가 주창한 것처럼 문화 가치 이념 등을 통해 타국이 자국에 동의하게 만드는 ‘소프트파워’를 길러야 한다. 외국기업이 와도 불이익을 안 당하는 나라, 공평한 나라, 부패가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소프트파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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