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이라고 하면 보통 펀드를 떠올린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펀드투자라고 하면 다소 생소하고 ‘어려운 것, 잘 모르는 것, 전문가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러나 매스미디어(mass media)의 발달로 인해 CMA, 펀드, 채권, ELS 등 여러 금융상품이 우리생활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2008년에는 펀드 1인 1통장 시대가 열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전 우리 증시가 폭등하면서 가속화 됐고, 금융기관들의 적극적인 판촉활동과 투자에 대한 국민의식의 성장에 대한 결과였다. 그러나 성숙하지 못한 투자자문과 군중심리로 인한 소위 ‘묻지마 펀드’라고 하는 쏠림현상으로 인해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고, 금융환경에 대한 배경지식과 투자 매커니즘 이해의 부족으로 효율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못한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나라가 금융선진국으로 가는 과도기에 일어나는 성장통이므로 아픔을 치유해 가면서 한층 발전할 것이며, 실제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 가계자산에서 금융자산의 비중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이야기해보자.

현대경제연구원은 2007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가구당 평균 총자산 2억8112만원 중 76.4%는 부동산에 편중돼 있고, 전·월세 보증금도 부동산으로 볼 경우, 가계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81%로 높아진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가계의 경우 총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0% 이상으로 금융자산 비중이 실물자산보다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현금과 예금보유를 선호해온 데다 외환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심해져 아직까지 개인금융자산 중 안전성이 높은 예금이 50% 정도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가계를 보면 금융자산 중 주식 관련 직·간접투자 상품의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예금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저금리 추세와 투자에 대한 국민의식의 성장에 대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금융부채 대비 금융자산 배율은 2.12로 미국의 3.16에 비해 낮았고, 개인총가처분소득(개인가계에서 소비나 저축으로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는 소득)대비 금융부채도 1.52로 미국의 1.39에 비해 높을 뿐 아니라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단기조달 비중도 미국보다 높아 가계의 재무구조 건전성이 미국에 비해 열악하다.

이는 단기적인 금리상승이 가계에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해 자칫하면 과도한 채무와 부동산 하락으로 인해 가계재무가 붕괴될 수 있으며, 실제로 이런 현상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중산층을 붕괴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사회계층의 붕괴로 인해 소비와 지출의 원활한 사이클이 이뤄지지 않아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다. 

또한 과도한 실물자산과 예금에 편중된 금융자산 구조로는 곧 다가올 고령화 시대에 대비하기 어렵고, 초저금리 시대에 안전자산 위주의 자산운용으로는 적절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전에도 필자가 언급했듯이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가는 열차로 환승하는 계기를 찾아야 할 것이다.

부동산은 여태껏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릴 정도로 불패신화를 자랑해왔다. 그러나 앞으로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2002년 주택보급률이 이미 100%를 넘어섰지만 집없는 가구는 아직도 많고 이는 베이비붐 세대(58~62년)들이 주택을 구입하는 시기였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그들이 은퇴를 코앞에 둔 지금 부동산 시장의 동향이나 선호도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며, 은퇴를 준비하는 그들에게 부동산은 크게 매력이 없다. 그러므로 살고 있던 주택을 담보로 역모기지론을 이용하거나 주택을 매매해서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그러면 주택의 수요는 그만큼 줄어들 것이고, 저출산이라는 촉매제로 인해서 주택의 수요는 더욱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부동산의 약세를 예고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작년 어느 퀴즈쇼 프로그램에 재미있는 질문이 나왔다. “대한민국 최고의 집부자는 과연 몇 채를 소유하고 있을까?” 1038채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엄청난 양극화 현상이다. 더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가계재무설계는 지나친 실물자산이나 예금 위주의 금융자산에서 탈피해 주식, 보험, 연금 등의 금융상품을 적절히 배합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효율적이고 안전한 투자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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