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강도 강간범으로 조사 중이던 김덕진을 치료받던 병원에서 놓친 지 일주일이 가깝도록 오리무중이다.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김덕진의 범죄 행각은 최근 수원지역에서만 잇따라 발생한 4건의 강도사건에 용의점을 두고 있는데다 성폭행 등 전과 18범이라는 점에서 ‘막가파 식’ 추가 범행 심리가 작용할 것이라는 데 우려가 크다.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경찰의 무기력에 시민들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지난 11일 경찰에 체포돼 조사받던 김덕진은 다음날 새벽 신병치료 차 수원시내 모 대학병원 응급실에 있던 중 3명의 경찰 감시를 피해 달아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번 범인 도주 사건에서 보여준 경찰의 행태는 한마디로 나사가 풀렸다.

당시 병원에는 응급실 밖에 2명, 안에 1명의 경찰이 감시했지만  김덕진은 채워진 수갑을 빼고 창문을 통해 도주했다고 하니 멍청한 경찰의 무력함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김덕진이 도주 직후 경찰은 100여명의 수사전담반을 편성하고 신고 보상금 500만원을 내거는 등 호들갑을 떨었지만 일주일이 가깝도록 공전만 거듭하고 있다. 그동안 연고지와 병원 근처 등 도주 경로로 추정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수색을 펼치며 탐문수사와 함께 공개수배 전단지를 배포했지만 헛수고다. 이젠 비상근무 속에 시민들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력의 저하는 치안 불안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미궁에 빠진 사건은 시간이 흐를수록 미제로 남을 확률이 크다. 지금까지 시민의 제보가 10여건이 접수됐지만 신빙성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도주 경로에 집중 수사를 벌였지만 뚜렷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어 사건이 장기화 될 조짐이어서 그렇다.

이번 도주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의 허점은 이것 말고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2008년 장안구 조원동 모 식당에서 현장검증을 받던 용의자가 수갑을 풀어 둔 채 경찰관 3명과 식사를 하던 중 “잠시 화장실 다녀 오겠다”는 범인의 말만 믿다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 4월에는 역시 현장검증 중이던 10대 절도 용의자가 감시소홀을 틈타 달아났다. 2008년에도 종합병원에서 치료받던 용의자가 도주했다. 감시소홀로 잡은 범인을 눈앞에서 놓친 것은 경찰의 기본책무를 저버린 기강해이다. 무능하다고 질책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경찰이 다 무기력하고 안일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점점 그런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 힘들고 열악한 분야를 기피하는 현상은 경찰도 예외가 아니다. 몇년 전부터 젊고 유능한 형사들이 강력·형사 분야에 지원을 꺼리고 있다. 질적 저하가 심각한 상태다. 검거율이 하락하고 미제 사건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지금 수원시민은 강력범 도주 사건으로 자녀들 외출에 겁을 먹고 있다. 흉악범을 비롯한 범죄자들로부터 시민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법치의 기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경찰의 분발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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