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양성우)는 3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했다.

이달의 책으로는 신화· 과학·철학의 삼각관계의 미묘함을 명쾌하게 소개한  ‘메두사의 시선’을 비롯해, 최승자 시인의 오랜 투병 생활에서 기인한 사유와 관조가 돋보이는 ‘쓸쓸해서 머나먼’, 글로벌 시대에 맞는 국제적 감각을 갖추기 위한 전략을 소개한 ‘문화적 혼혈인간’ 등이 선정 됐다.

추천된 책의 내용과 추천자는 다음과 같다.

●쓸쓸해서 머나먼 /최승자 / 문학과지성사

시인 최승자가 11년 만에 출간한 작품. ‘쓸쓸해서 머나먼’은 적요한 밥상 앞에 앉아 있는 듯 한 느낌을 주는 시집이다.
 말하지 않아도 없는 것은 아니다./ 나무들 사이에 풀이 있듯 / 숲 사이에 오솔길이 있듯 // 중요한 것은 삶이었다. / 죽음이 아니었다. / 중요한 것은 그 거꾸로도 참이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中에서-
아름답게 번득였고 남김없이 부서졌기 때문에 이 시집의 시들 속에 찾아온 작은 평화들은 깊고도 찬란하다. 11년 동안 병상생활을 하는 와중에 시인이 한걸음씩 찾아낸 이 아득하고  먼 세계. 회복기 환자가 매끼 지어 먹는 것 같은 흰죽 같은 시편들이 쓰러지려는 마음들을 위로한다. 혹한의 겨울이 지나고 봄빛이 가만가만히 찾아오는 3월 같은 시집이다.                           

추천자: 신경숙(작가)

●메두사의 시선 /김용석 / 푸른숲

화살을 한 방 맞은 아폴론은 다프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화살을 갖고 놀고 있는 꼬마 신 에로스를 놀린 대가로 치르게 되는 결과다. 아테나 여신보다 더 자수를 잘 놓는다고 큰소리치던 아라크네는 결국 거미로 변해서 평생 살아가는 저주를 받게 된다. 그나마 목숨을 그렇게라도 보존하게 된 것은 아테나 여신의 가호가 있어서였다. 이렇듯 그리스신화는 이 세상 모든 일들을 신과 인간들의 감정적 권력관계 속에서 바라보도록 우리를 안내한다. 이 세상의 모든 사건은 결국 의인화된 존재들의 관점에서 재해석된다. 신화가 보여주는 세계는 현대 과학적 자연관이 뿌리내리기 이전 고대인들의 상상력에 기초한 그림이 어떠한가를 잘 보여준다.

추천자 : 김형철(연세대 철학과 교수)

●문화적 혼혈인간/박희권 / TB(생각의나무)

“영국인은 상대방과 대화할 때 팔 하나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해야 안정감을 느끼는 반면 중동이나 중남미 국가들은 팔의 절반, 즉 팔꿈치 정도의 거리를 두어야 친밀감을 느낀다.” 오랜 기간 직업외교관으로 세계무대를 경험한 저자가 젊은이들을 상대로 글로벌 시대의 성공전략을 제시한 책이다. 국제사회의 명품인간은 문화의 다양성과 상대성을 수혈한 ‘문화적 혼혈인간’이라는 주장이 핵심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횡보를 계속하는 것은 ‘열린 문화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로마와 몽골, 영국이 세계를 경영한 공통점은 문화 간 융합과 소통을 추구한 정책에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젊은이들이 글로벌 하이브리드를 실현하기 위한 10가지 조건을 내 놓았다.

추천자 : 손수호(국민일보 논설위원)

●베컴 머리 힙합 선생님 / 노혜영 글, 신민재 그림 / 교학사

아픈 선생님 대신 새로 온 마진구 선생님은 베컴 머리에 힙합으로 아이들과 소통을 하게 된다. 말썽꾸러기였던 유별이가 마진구 선생님의 관심 덕에 다른 사람에게까지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해가는 모습은, 어른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게 만든다. 이 책의 장점은 동화의 가장 큰 덕목인 재미를 잘 살리고 있다는 점이다. 조기유학, 다문화 가정, 집단 따돌림 등 세태를 다룬 제재를 통해 자칫 교훈적이 될 만한 내용을 재미있는 사건과 개성적인 인물, 생동감 넘치는 대화로 지루할 틈이 없게 만든다. 깜짝 반전까지 담겨있어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어린이라 할지라도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추천자 : 서정숙, 이금이(그림책 평론가, 아동문학가)

한편 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는 문학·역사·아동 등 10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좋은책선정위원회를 두고, 독서 문화의 저변 확대와 양서권장을 위해 매달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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