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교통문화 선진화의 일환으로 ‘직진후좌회전’ 신호체계를 도입해 실시한 지도 2개월이 지났다. 얼마 전 녹색신호만 믿고 정체된 교차로에 무턱대고 진입하는 교차로 꼬리물기 집중 단속결과 전국에서 하루 924건이 적발됐다고 한다.

적색신호로 바뀐 뒤 교차로에 진입하는 신호위반 1282건을 합치면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은 2206건에 이른다. 경찰은 단속 실시 전과 비교하면 줄어든 것이라고 한다.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캠코더와 카메라를 든 경찰관들이 배치되자 운전사들이 신호를 잘 지켰다는 것이다.

단속을 해야만 지키는 교통문화야말로 시민이 갖고 있는 가치관, 행동태도, 도시사회 구조 그리고 현장의 실제적인 관리, 운영에 의해 규정된다는 점에서 문화지수의 하락을 경계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시민 교통질서의식도 문제지만 새로 도입된 교통신호 체계가 도로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무리하게 설치한 곳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수원시내에서는 변경된 신호체계 때문에 오히려 신호대기 시간도 늘어나자 성질 급한 운전사들은 직진 차선에서 좌회전을 시도하는 아찔한 상황이 곳곳에서 연출하고 있다고 한다. 시민의식도 문제지만 잘못된 신호체계가 정체 요인과 사고위험을 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내 총 607개 교차로 중 직진후좌회전 신호 체계가 도입된 곳은 모두 169곳에 이른다. 변경 신호체계를 도입한 지 2달 만에 25%가 넘는 교차로에 설치한 것이다. 경찰은 앞으로 특별한 문제점이 없는 한 2011년까지 모든 교차로에 이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직진후좌회전 신호체계 개선에는 반드시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선 경찰이 상부의 지시라며 도로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새로 도입된 신호체계로 바꾸려 해서는 교통혼잡만 가중시킬 뿐이다.

이를테면 한국교통정보연구원 관계자의 말대로 “직진후좌회전 신호는 편도 4차선 이상의 넓은 도로에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 교통 환경 특히 3차선 이하 도로에서는 역효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일선 경찰은 폭이 좁은 도로에도 일단은 도입하고 보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선적으로 교차로 신호체계는 모두 변경하는 지시를 받았다”며 “민원이 많은 부분은 일부 수정이 있겠지만 2차로 이상 교차로에는 비보호 좌회전을 넣어서라도 직진 차량 우선으로 신호를 조정하고 있다”고 했다.

사전에 교통사정을 파악해 설치할 곳과 하지 말아야 할 곳을 가려야 하건만 민원이 있을 때나 수정하겠다는 자세는 막대한 예산 낭비와 졸속을 자초하는 발상이다.

운전자들만 탓해서는 안된다. 신호체계와 횡단보도, 정지선 등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막대한 교통혼잡비용을 줄이고 인명을 보호할 수 있는 교통 인프라 개선은 지역실정을 잘 아는 일선 경찰의 몫임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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