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관문인 수원역 도심 한복판에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석면 공포가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수원역세권에 위치한 대규모 석면 생산공장인 KCC 건물 철거과정에서 석면이 대량 발생해 주변 도심 피해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달 초 본란을 통해 대기업 SK케미칼 수원공장 철거과정에서 석면이 함유된 지정폐기물을 관련 처리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해 석면가루를 날린 횡포에 진상을 밝힐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수원지역이 대기업들의 무뎌진 환경의식으로 석면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남의 일로만 여겨왔던 석면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6월 정부는 석면 광산이 있었던 충남 홍성과 보령 인근 지역 주민 가운데 100여명이 석면에 오랜 세월 노출돼 폐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마을 주민  2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폐질환 환자가 2명 중 1명 꼴로 밝혀졌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죽음의 섬유를 입증케 한다.

이처럼 가공할 환경폐해물질을 대기업들이 허술하게 취급하고 있다는 것은 정신나간 행태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상황이 이럴 진데 KCC 수원공장의 석면 노출 사건이 인근 시민들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철거작업이 중단(본보 3월 12일자 보도)된 지 10여일 지나서야 관련기관이 뒤늦게 대책회의에 나선 것도 답답하다.

경기도는 어제 수원역 인근 KCC 공장 철거 과정에서 석면이 대량 발생해 주변 피해가 우려된다며 도 보건환경연구원, 수원시 등 유관기관과  석면처리 관련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최근 도심을 온통 석면공해로 말썽을 일으키고 있는 대기업들의 관련 규정 위반행위를 철저히 조사해 의법처리해야 마땅하다.

석면이 함유된 건축물이라도 철거해야 할 사유가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 다만 철거과정에서 지정 폐기물 관련 처리 규정에 따라 안전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두 기업의 미심쩍은 석면 처리 과정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밝혀야 할 이유다.

특히 KCC 공장은 지난 40년 동안 석면 제품을 생산해 왔고, 건물 대부분이 석면슬레이트로 지어져 철거과정에서 안전대책이 선행돼야 하는 구조물이다.

그러함에도 주민설명회 조차 개최하지 않은 채 철거를 강행하려 했다는 무모한 행위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석면의 피해는 반경 2km까지 영향을 준다는 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KCC 반경에 있는 초·중·고 13곳 8만5000여명의 학생들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었을 수 있다.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은 ‘소리없는 살인자’로 불린다. 잠복기가 긴 만큼 석면 피해 규모는 예측할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죽음의 섬유’로 밝혀졌는데도 “석면안전관리법이 제정되지 않아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도 관계자의 발뺌 발언은 한심하기 그지 없다. 법의 맹점만 따질 일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행정의 융통성을 발휘해야 마땅하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