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겨우내 움츠렸던 많은 어린이들이 집 근처 놀이터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놀이터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어린이들의 놀이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특히 재개발이 예상되는 아파트 단지 내의 놀이터들은 노후된 시설들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안전사고 발생이 예견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놀이터 관리자들이 관련 법규마저 있는 지조차 모르고 있다고 하니 관리가 엉망인 것은 당연하다.

팔달구의 어떤 아파트 놀이터는 관리자인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맡고 있지만 “관련 법령에 대해 제대로 교육이나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 안전검사를 받으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이유로 방치하고 있다. 실제로 안전시설이 허술한 노후시설에서 놀다 다치는 어린이들이 속출하는 등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으나 보수 등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정자동에 사는 한 시민은 며칠 전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보니 7살 아들이 유치원에 갔다 오는 길에 놀이터에서 놀다가 파손된 놀이기구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심한 상처를 입고 다섯 바늘을 꿰맸다고 한다.  어린이에 대한 무관심과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러한 사고는 어처구니 없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다. 다른 놀이터는 어떤가. 과연 안전한가. 그렇지 않다.

가장 큰 문제점은 놀이터들이 각기 다른 관리 주체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체계적인 안전 점검이나 관리가 될 리 없다.지난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는 설치검사, 정기시설검사, 안전진단 등의 규정이 있고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고 있지만 관리자들은 그 내용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원시내에는 159개 놀이터와 어린이 공원이 있지만 재개발 지정지구에 있는 상당수의 어린이 놀이터가 관련법을 지키지 않은 채 노후된 시설이 방치돼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안전과 관리에 대해서는 거의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슬럼화로 인한 안전사고 외에도 청소년 탈선과 성범죄마저 발생하는 우범지역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특히 이주 및 철거 후 착공까지 단계에 놓인 구역들은 그야말로 안전 사각지대다. 아파트 등은 공동주택 관리사무소가 놀이터 관리를 맡고 있지만 역시 안전 관리에 관한 규정을 무시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때로는 아파트 놀이터가 쓰레기나 주차장으로 변한 곳이 있는가 하면 놀이시설마저도 녹슨 그네 줄과 미끄럼틀, 안전을 위해 깔아야 할 모래는 없고 맨 바닥에서 어린이들이 뛰 놀고 있어 아찔한 위험 순간들이 비일비재하다. 아이들이 크고 작은 사고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언제까지나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 수원시가 뒤늦게나마 어린이 놀이터 일제정비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다행이다. 차제에 놀이터에 대한 정기 안전점검과 보수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놀이터 안전 규정에 대한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할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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