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양성우)는 4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나는 노비로소이다’ 등 분야별 도서 10종을 발표했다.

이달의 책으로는조선시대 노비 소송을 통해 당시의 소송 구조와 신분제를 다룬 ‘나는 노비로소이다’, 현대문학 55주년 기념으로 박완서 등 9인의 자전적 단편 소설을 엮은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등이 선정됐다.

추천도서위 내용과 추천자는 다음과 같다.

 ●석양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밟다/ 박완서 외/ 현대문학
현대문학 55주년 기념 소설집이다. 박완서, 이동하, 윤후명, 양귀자, 박성원, 조경란 등의 자전 단편이 실려 있다. 한 세대에 그치지 않고 박완서에서부터 조경란 까지를  아우르고 있어서 다채롭다.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회상과 함께 펼쳐지는 박완서의 자전이나 전쟁 통에 홀로 떨어져 피난 가는 소년 이동하의 모습에서는 우리 역사가 만들어낸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조심스럽게 써 내려간 이 작가들의 자전소설들을 읽다보면 아픈 역사가 가족사와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고통과 상처가 작품 속에서 단련되는지를, 상실과 절망 허무와 고독이라는 삶의 무게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앞으로 나아가는지 그 진경들을 목도하게 된다.

추천자: 신경숙 작가   

●나는 노비로소이다/임상혁/너머북스

우리는 흔히 조선을 법치(法治)가 아닌 인치(人治) 사회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조선은 현대 사회 못지 않은 법치사회였다. 그렇기 때문에 노비를 둘러싼 ‘노비송(奴婢訟)’과 묘지를 둘러싼 ‘산송(山訟)’이 그리도 많았던 것이다. 지금도 명문가에는 수백 명의 노비를 자손에게 분배하는 상속문서들이 전해져 온다. 이 책은 안동의 명문 학봉 김성일 종택에서 소장한 수많은 고문서 사이에 있던 판결문서가 핵심 모티브가 됐다. 저자는 노비제가 조선시대의 신분제, 나아가 사회의 얼개를 규명하는 핵심 관건이라 본다.  저자는 “소송에서도 소송능력이 양반이나 상민과 구별 없이 인정돼, 자신의 소송을 수행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상전의 소송을 대송하는 등 소송대리권도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이 책은 노비 소송을 통해서 바라본 조선 사회의 생생한 속살이라고 할 수 있다.

추천자: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이 장면을 아시나요(1~2)/ 김동규, 정혜진 / 생각을 담는집

오페라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 열다섯편. 마치 그 인물들이 옆에서 내게 말을 거는 것 처럼, 쓰여진 책이 나왔다.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는 곡을 불러 인기를 한몸에 안고 있는 성악가 김동규씨가 자신의 입담대로 이야기하 듯이 책을 엮어 재미를 더한다. 극 속에 들어가 함께 움직이는 것처럼 상황과 인물의 상태를 알려주고, 노래로 이어지는 곳에는 어김없이 그 시와 노랫말이 고스란히 생생한 번역으로 전달되고 있다. 이 책은 독자를 극 속에 빠지도록 한다. 어떤 대목에서는 아예 독자가 그 인물이 된 양, 착각까지 하게하는 대목도 있다. 오페라를 먼 발치에서 보는 것도 아름답지만 그 안에서 함께 노는 것은 더욱 즐겁다.“그대는 아시나요, 사랑이 무엇인지? 내 마음에 품은 이것이 사랑이라면, 그것이 다가온 이루의 모든 것을 설명해 드리지요.” 어느 아름다운 사람이 곁에 와서 이렇게 읊어준다면 누가 행복하지 않겠는가?

추천자: 김춘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책/ 모디캐이저스타인 / 신형건 / 푸른책들

최근 메타픽션 형식의 그림책이 늘고 있다. 메타픽션이란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 속 허구의 세계와 이야기 밖 실제 세계의 관련성에 의문을 품도록 하는 글쓰기 양식이다. 보통의 그림책에는 허구가 완성된 상태로 담기지만, 메타픽션 그림책에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담기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도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담겨있다. 책을 내려다보는 독자의 시점을 취한 그림과, 등장인물들이 독자 쪽을 바라보며 독자를 의식해서 한 말, “얼굴처럼 보이는 저 빵빵한 덩어리는 뭐죠?”(여자 아이의 말), “저게 바로 독자란다”(거위의 말)는 그림책 속의 세계와 그림책 밖 세계의 경계를 허무는 동시에 독자의 존재를 이야기 안으로 분명하게 끌어들인다.

추천자 : 서정숙 그림책 평론가, 이금이 아동문학가

한편 위원회는 문학, 역사, 아동 등 10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좋은책선정위원회를 두고, 독서 문화의 저변 확대와 양서권장을 위해 매달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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