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시대의 각종 정책에 정부의 간섭으로 지역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의 지방분권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지역의 의견과 지자체의 정책 수립이 제대로 전달돼야 지방자치가 기틀을 마련하고 국가 발전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수원지역 공공기관 지방이전 부지를 대거 투자기관에 매각처리해 개발 위주의 사업계획에 대해 이미 본란을 통해 부당성을 지적한 바 있다.

정부가 농촌진흥청 등 수원지역 공공기관 이전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매각해 이전비용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 수원시가 이미 결정된 도시기본계획을 변경할 수 없다며 불가 방침을 천명한 것은 백 번 잘한 일이다.

한 도시의 밑그림은 시민의 주거환경을 위해서도 지역의 의견으로 수립된 도시기본계획에 의해 활용돼야 마땅하다. 그런데 정부가 지자체가 수립한 도시계획을 묵살한 채 단순히 공공기관 이전비용을 마련하겠다는 목적으로 주거용지 개발만 추진할 경우 삭막한 도시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토부는 농촌진흥청 등 수원지역 주요 부지를 LH공사 등 투자기관에 매각 추진하기로 하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립을 위한 절차 밟기라는 지역사회의 비판이 일자 수원시가 강경한 대처 입장을 밝혔다.

지방화시대를 맞은 지 15년이 넘도록 중앙정부에 집중된 각종 제약으로 실제 어느 것 하나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지방자치제도의 현주소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 농촌진흥청 부지만 해도 대규모 주택건설 사업을 펼치는 LH공사 등 투자기관에 매각하면 주택단지 개발이 불 보듯 뻔하다. 수원지역 5개 이전 기관 대부분이 현재 신축부지 토지매입과 신청사 건립 등에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며 값비싼 주거용지로 용도변경을 요구하는 것도 그래서다.

수원시는 이미 도시계획상 농촌진흥청 일대를 농업 관련 R&D단지로 개발하는 내용을 포함한 공공기관 이전부지 활용방안을 국토해양부에 전달했지만 정부는 물론 해당 이전기관과 상당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말뿐인 지방자치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제도와 법령의 미비가 지방분권에의 확고한 실행 의지를 저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구호로만 중앙행정의 지방 이양을 외칠 뿐 실질적인 권한과 재정을 여전히 중앙에서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국토부의 공공기관 이전부지 활용에 대한 간섭도 ‘토지이용규제기본법’과 ‘국토계획법’에는 각종 도시 기본계획 승인권한을 지자체장에 이양토록 한 내용이지만 실제로 시·군 등 기초 지자체의 경우에는 국토부 장관의 의견 청취를 의무화했다. 대부분의 지역개발계획이 시·군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사실상 간섭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무늬만 지방이양인 셈이다.

정부는 엄청난 부지(농촌진흥청 35만여㎡)에 난개발 계획을 철회하고 수원시의 청정도시계획을 반영해야 한다. 그래서 녹지보존 상태가 양호한 이 지역이 서수원 칠보산~농진청~광교산~청명산을 잇는 수원의 녹지축이 돼야 할 것이다.

정부는 수원시민의 기대가 바로 이 것임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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