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시달려온 한 가정주부(31)가 장안구 모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다 붙잡혀 경찰에 입건됐다. 가방에 반팔티셔츠, 청국장, 애호박을 넣고 나오다 붙잡힌 이 주부는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었다며 경찰 조사에서 선처를 호소했다.

역시 생활고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한 여성(22)은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영통구와 팔달구 소재 대형마트와 서점에서 만년필 한 자루와 수능특강 교재 6권(6만8000원)을 훔치다 주인에게 발각돼 입건됐다. 교재값을 감당하지 못해 고민해 오다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1950년대 우리 모두가 보릿고개 시절의 못살던 얘기도 아니고 IMF 위기 때 졸지에 노숙자 신세로 몰린 사람들의 사연도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선 지금 우리 사회의 그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다.

양극화로 인한 생계형 범죄의 증가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문제는 이를 어쩔 수 없다고 방치하는 세태다. 경제가 성장한다고 하는데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이 되레 줄어드는 상황에서 ‘성장이냐 분배냐’를 두고 편가름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지속되는 경제난 속에 수원 관내 곳곳에서 생계형 범죄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딱한 범죄가 어느 지역이라고 국한된 것이 아닐 것이다. 전국적인 현상이다. 불황으로 영업이 안되다보니 피해자들도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사회가 각박해 진 것이다.

가정이 해체되다시피 하고 벌이가 막막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상황이다.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층인 국민기초생활보장 대상자는 계속 늘고 있다. 서민의 소득을 늘려주는 것이 성장이자 분배이며,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왕도다.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의 증가는 실직과 소득 감소가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생활고와 경제난에 허덕이다 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태반인 데다 피해 액수도 적은 경우가 많지만, 전후 상황도 고려하지 않고 처벌을 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증가하는 생계형 범죄에 정부가 엄정한 법 집행만을 내세운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저소득층의 어려운 삶은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 게 문제다. 가정과 가족의 문제가 되고 이를 방치하면 사회 불안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현장과 연결되는 저소득층의 실시간 보호와 지원을 이뤄내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저소득층의 발생을 막는 일이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최대 목표로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원 관내에서는 경찰에 입건되는 생계형 범죄가 하루 평균 2~3건씩 경찰에 접수되고 있지만 피해자의 미신고와 실제 잡히지 않는 숫자로 보면 수십 건에 달한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말이다.

정직하게 사는 서민들을 생각하면 '생계형'이란 수식어는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가난해서 정직하게 살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빈곤층의 소득은 줄고 부자는 늘어나는 현상이 지속되다 보면 우리 사회를 지탱해주는 가치와 규범은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선진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이웃에 대한 배려 등 성숙한 의식을 키워야 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정부는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재정 지출 확대와 직업 재교육을 통한 자활대책 등 사회안전망 구축에 힘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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