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수원역 앞 한 의류 상점에 '점포정리'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 오창균 기자 crack007@suwonilbo.kr

“지난해부터 매출은 점점 줄어드는데 임대료는 오르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최근 수원역상권 상인들은 평일 오후 한산한 가게를 쳐다보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주말은 그럭저럭 장사가 되지만 평일은 예년에 비해 손님들이 절반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월요일이나 화요일에는 손님이 아예 없기도 했다.

특히 이곳 상인들은 매출이 크게 줄어든 것도 서러운데 비싼 임대료 때문에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었다.

19일 오후 수원역 인근 대로변과 ‘로데오거리’라 불리는 먹자골목을 둘러본 결과, 점심 식사시간 동안 텅빈 음식점을 비롯해 아예 점포를 정리하는 옷가게까지 썰렁한 모습이었다.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은 많았지만 상가를 이용하는 고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나마 이니스프리 스킨푸드 등 화장품 매장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의류매장과 음식점은 한산하기만 했다.

특히 예년 같으면 여름 휴가를 앞두고 여기저기 둘러보는 학생들로 나이키 등 스포츠 상가들은 북적거릴 법했지만 상점 관계자들만이 빈 가게를 지킬 뿐이었다.
  
이 가운데 점포정리를 이유로 제품을 50~80%까지 할인해 판매한다는 한 의류 상점을 들어가 봤다. 파격적인 가격에 제품을 내놓았지만 찾아오는 이는 거의 없었다.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영숙(가명·여)씨는 “강남에서 매장을 운영하다가 수원역 인근이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을 듣고 새로 매장을 오픈했는데, 오산이었다”라며 “비싼 임대료와 바닥에 가까운 매출 때문에 손해가 늘어나면서 불과 한달 만에 가게를 정리하게 됐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수원역 인근에서 부동산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씨에스 부동산에 따르면 66.11m²(20평형)을 기준으로 수원역 상점들은 권리금만 3~4억원에 달하며 월 임대료는 1000만원에 가깝다. 더욱이 임대료는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비해 5~10% 늘어난 수준이다.

씨에스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손바뀜이 일어나며 건물주들이 바뀌고 있는데 이 같은 현상은 임대료의 상승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라며 “이같은 영향 때문인지 여기저기서 재고를 정리하며 점포를 닫는 경우도 최근 자주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원역 인근에서는 매장을 정리하는 의류 점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수년간 브랜드 상점을 운영하다가 경기불황으로 인해 재고를 정리하는 점포를 비롯해 의류업체나 공장이 부도나서 물건을 들여와 판매하는 가게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제품을 정상가격보다 파격적으로 판매하며 재고를 소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불황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단면을 보여주는 셈이다. 또한 비싼 임대료까지 부추기고 있으니 상인들은 답답할 뿐이었다.
        
음식점도 상황이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7년째 수원역 먹자골목에서 ‘무교동낙지’를 운영하고 있는 나학수(58)씨는 “지난해 매출이 바닥을 치다가 올해 초 장사가 그나마 좀 되는가 싶더니 지난달부터 다시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라며 “지난달과 이번달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매출이 30~40%까지 줄어들었다”라고 성토했다.  
 
또 나씨는 “더욱이 1200만원에서 1300만원에 가까운 임대료를 매월 내야 하는데 장사가 안되니 답답하기만 하다”라며 “야채값과 인건비는 비싸지 임대료는 오르지, 장사도 안되지, 3중고가 어디 따로 있나”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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