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 학교 다닐 때는 어땠어?" 한 학생과 아버지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수원 고색고등학교(교장 송수현)가 입시공부에 바빠 평소 부모님과 대화의 시간을 갖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아버지와 함께하는 ‘부자 캠프’를 열었다.

지난 16일 저녁 고색고 강당에 모인 학생, 아버지 80명은 저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서로에게 담아뒀던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평소에 아버지와 좀처럼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는 한 학생은 “고등학교에 진학해 매일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서 생활하고 주말에도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해 고민이 생겨도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면서 “직장 다니시느라 얼굴 한번 뵙기 어려운 아버지를 학교에서 만나 이성친구, 성적 문제 등을 상담하니 속이 다 시원하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집안에서는 근엄한 표정을 유지하던 아버지들도 이날만큼은 남자 대 남자 혹은 형 같은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 한 아버지는 “아들이 얼마나 힘들게 공부하는지 학교를 방문하고서야 새삼 느끼게 됐다. 여자 친구가 있다는 아들의 고백에 다소 놀라긴 했지만, 오늘만큼은 혼을 내기보다 ‘장하다’며 응원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또 다른 아버지는 “지난 1년 동안 아들과 나눈 대화의 시간보다 이날 하루의 시간이 더 많았다”며 “아들의 현재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자주 이런 행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캠프는 1, 2학년 각 40명의 학생과 아버지가 구내식당에서 다정하게 식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부자간의 사랑을 보여주는 영상물 시청 ▲부자간 사랑의 스킨십 ▲부자간 편지쓰기 및 낭독하기 ▲아버지가 아들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 ▲자녀교육 특강 등 다채로운 내용으로 진행됐다.

특히 서로에 대한 편지 읽어주기, 스킨십과 세족식에서 감정이 절정을 이룬 듯 지켜보던 교사들까지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송수현 교장은 “처음에는 어색하고 서먹서먹했던 부자관계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혈육의 끈끈한 사랑을 확인해가는 과정으로 발전했다”며 “이번 캠프 활동으로 살아있는 인성교육의 효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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