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의 아동복지 보호대책이 허술하다. 가족해체 등으로 해마다 위탁아동이 늘어나고 있으나 이들을 위한 지원과 장치가 미비하고 형식적이다. 조부모, 친인척, 일반시민 등에게 맡겨진 수원시 관내 가정위탁아동들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온정의 손길이 끊긴 채 당국의 지원대책도 찾아 볼 수 없다. 특히 경기침체로 후원과 연계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 이들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수원시 관내 가정위탁아동은 114세대 145명에 이른다. 조부모나 외조부모가 맡아 기르는 대리 위탁이 절반 가량이고, 삼촌·고모 등이 맡고 있는 친인척 위탁과 혈연관계가 없는 가정이 맡는 일반 위탁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위탁아동 추세는 가족해체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경제적인 이유와 이혼 등으로 가족이 해체돼 시설과 가정에 위탁되는 아동들은 입양과는 달리 친부모가 친권을 가지고 있어 자칫 소홀할 경우 사회보호망의 사각지대에 놓일 우려가 크다.

부모의 이혼과 경제적 사정으로 팔달구에서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김모(17)군은 방학철인 요즘 집안에만 있기 일쑤다. 친구들은 학원이나 체험활동 등으로 바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김군에게 그럴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다. 또 다른 가정위탁아동 박모(14)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고모와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고모의 경제사정도 좋지않은 데다 사촌들까지 있어 박군은 텅 빈 주머니로 동네를 배회하는 것이 일상이다. 박군은 "고모의 사정도 그리 좋지 않은 것을 알고 있어 준비물을 사달라는 말도 꺼내기가 어렵다"며 "사촌들도 매일 용돈을 달라고 떼를 쓰는데 곤혹스러워 하는 고모의 입장을 생각하면 용돈 얘기는 생각도 못한다"고 했다.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 위탁되고 있는 아동도 문제지만 부모 이혼이나 부모로부터 학대와 방임 등으로 친부모에게 되돌려 보내는 것이 아동들에게 더 나쁜 상황이 되더라도 아동권 침해를 막을 뚜렷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가정은 이해의 따뜻한 바람이 불고 화목의 훈훈한 향기가 감도는 삶의 안식처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정의 행복처럼 소중한 것이 없다'고들 말한다. 말로는 가정의 중요성을 내세우고 있으면서도 내팽개쳐진 아동들에 대한 사회적인 무관심과 외면은 과연 평등의 사회요 공동체 사회라 할 수 있는지 부끄럽다.

이들이 매달 받는 지원금은 양육비 7만원, 학습재료비 1만4000원이고 1년에 4회(명절 등) 3만여원씩 추가로 받는 것이 고작이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아동들의 경제적 고통이 생각보다 심각해 지속적인 사회의 관심과 후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먼저 아동복지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예산을 대폭 확충하고 정서적으로 올바르게 자랄 수 있는 정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요보호 아동'에 대한 피동적인 아동복지 정책으로는 급변하는 환경 변화에 대처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늘'에 가려져 있는 위탁아동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복지국가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아동이 어려움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지자체를 통해 지급하는 양육보조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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