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원 영통구 모 산후조리원 영유아실에서 생후 20일 된 남아가 사망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산후조리를 하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 중인 시설이 이렇게까지 방치돼 있으니 놀라울 따름이다. 관리 지도를 맡고 있는 해당 보건소는 조리원 내에 영유아실이 운영된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이처럼 방치된 산후조리원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보니 유족과 조리원 측이 갈등을 빚고 있어도 당국은 뚜렷한 사실을 입증할 자료조차 속수무책이다.

부검결과에 따라 조만간 이번 불상사의 원인이 밝혀지겠지만 아직은 유족들이 바이러스 감염성 질환으로 추정할 뿐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문제는 영통구보건소가 지난 5월 모자보건법 시행규칙 '산후조리원 인력 및 시설기준'에 따라 사건이 발생한 산후조리원에 대한 현장점검을 시행하고도 영유아실이 운영되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해당 산후조리원 개업신고 당시 임산부실만 신청됐기 때문에 현장점검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산부인과 내 신생아실에 대한 점검은 보건소 질병의학팀 소관으로 산후조리원의 영유아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부서 간 책임 떠넘기기 궤변만 늘어놓고 있는 구태가 한심스러울 뿐이다. 행정부서에는 임산부실로만 개업신고가 됐고, 질병의학팀은 영유아실이 없어 지도 감독의 손길이 없었다는 얘기다. 현장 확인 행정을 소홀히 한 탁상행정의 관행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조리원은 운영자가 바뀐 올해 초부터 Y산부인과 신생아실 한쪽에 간이 칸막이를 쳐놓고 영유아실을 운영 중이었다. 남아가 사망할 당시에도 산후조리원 영유아실에 3명, 산부인과 신생아실에 4명이 함께 관리됐다. 보건소는 점검과정에서 영유아실 운영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몰랐다"고 발뺌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모유 수유 등을 통해 외부 접촉이 빈번한 산후조리원 영유아와 갓 태어난 신생아를 한 곳에 관리할 경우 교차 감염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 해당 산후조리원의 위생 소홀과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보건당국은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새삼스럽게 이목을 끄는 것은 전국적으로 성업 중인 산후조리원들에 대해 법적인 조항이 미비해 행정 당국의 지도감독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핵가족 현상이 가속되는 등 세태 변화에 따라 1990년대 후반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산후조리원은 아직도 당국의 관리가 허술한 실정이다.

문제가 이처럼 확산되고 있는 데에는 보건당국의 책임이 크다. 산후조리원은 질병에 취약한 신생아와 산모가 기거하는 곳이기 때문에 준의료기관과 다름없다. 그런데도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보건당국에 개업신고로 운영된다. 누구든지 서비스 자유업으로 운영할 수 있어 '의료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모자보건법 시행규칙 '산후조리원 인력 및 시설기준'이 시행되고 있다지만 실제 영유아 관리감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번 불상사의 원초적 책임은 이런 일을 제대로 예상하지 못했거나 혹시 예상하고도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행정 당국에 있다고 봐야 한다. 산후조리원 신생아 사망 사건은 이번만이 아니다. 당국은 이제 재발을 막는 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