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각종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그만한 차별도 없다. 공공시설인 수원역에 장애인을 위한 승강기가 없다. 국가 인권위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수원역 인근 지하도와 지하상가를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수원역전 지하도 1번 출구에 승강기를 설치하라고 권고 결정했다.

장애인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소외계층에 해당된다. 고용과 교육 그리고 인권 등에 이르기까지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불이익을 받는 게 현실이다. 취업 등 모든 사회활동으로부터 소외되는 것은 물론 때로는 목숨마저 위태로울 수 있어서다. 이것이 공공시설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국가인권위가 수원역전 지하도 상가에 승강기 등 이동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것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이동권을 침해하는 차별이라며 승강기 설치를 권고한 결정은 때늦은 조치나 환영할 일이다. 아직도 지하철 등 철도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장애인들의 추락사고는 우리의 장애인 편의시설 현주소를 말해 주고 있어 씁쓸하다.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승강장과 점자블록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다. 장애인 시설 부족은 집 밖으로 나가기가 두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지 못한 곳이 어디 수원역뿐이겠는가. 그나마 시설을 갖추고 제대로 가동이 안 되거나 사용이 어려운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수원역의 경우 지상에서 지하상가로 연결되는 총 4개의 출입구가 있지만, 지금까지 모두가 계단으로만 설치돼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지하상가에 접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인권위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1번 출구에 승강기 설치토록 권고한 것이다.

장애인의 이동권 확보는 생존권 문제다. 휠체어를 타고 거리를 마음대로 활보할 수 없다면 장애인의 경제활동을 막는 것과 다름없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인식의 변화 없이 생산성과 경쟁력만을 강조해서는 선진사회로 가긴 요원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장애인 관련 예산 비율과 장애연금 수급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고 밝힌 것은 장애인 차별의 전형적인 사례로 부끄러운 일이다.

장애인 편의시설은 그저 설치만 돼 있어서는 안 된다. 장애인들이 접근하기 쉽게 돼 있어야 한다. 출입문이 좁아 아예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게 된 버스나 자주 고장 나는 휠체어 리프트, 횡단보도가 아닌 곳으로 나 있는 점자블록이 있는 한 장애인의 이동권이 제대로 보장될 리 없다.

수원시는 이참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되어 있지 않은 곳에 장애인 이동권을 확보해 주기 바란다. 편의시설이 설치된 곳도 정작 장애인들이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설치율을 높이는 것 외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강화하는 데 행정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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