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주변에 지정된 식품안전보호구역이 있으나 마나 하다. 어린이들을 불량식품의 위험에서 보호하자는 취지로 설정된 구역이다. 그러나 수원지역의 경우 학교 주변에 아동 비만을 부추기는 고열량, 저영양 식품이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월 학생 건강을 해치는 저질 간식을 학교 주변에서 몰아내겠다며 마련한 '어린이식품안전보호구역'이 시행 6개월이 지나도록 인근 상인들의 저조한 참여와 당국의 단속이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지난달 개학을 앞두고 학교 주변 위생업소 총 652개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점검을 실시, 5개 업소에 위생 문제를 적발하고 과태료나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하기로 했다. 보건소에서 점검하는 건강진단(위생검사)을 받지 않았거나 위생상태가 극히 불량해 적발된 업소들이다. 이번 점검에서 햄버거, 콜라뿐 아니라 소위 불량식품으로 불리는 300원 미만 저질 간식들이 대부분 업소에서 발견됐지만, 일반 문구점이나 식당에서 판매하는 것에 대해 제지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어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이렇고 보니 이들 학교주변에서는 오래전부터 길거리 비위생 불량 식품 판매 행위가 있어 왔으나 단속은커녕 계도 활동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실제 어린이들을 불량식품의 위험에서 노출되고 있는 판매행위가 오히려 단속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린이 식품안전보호구역 설정은 생색내기 홍보일 뿐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현행 관련법에는 학교 주변 위생업소 중 관할 지자체에 '우수판매업소'로 등록한 곳만 지도 단속 등 법규를 적용받게 돼 있다.

'우수판매업소'로 등록해 봐야 규제만 받을 뿐 특별히 혜택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보니 등록을 꺼리는 이유다. 오히려 대부분 상인과 학교 일선 교사들조차 이런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교마다 주변에 팻말이 붙어 있지만, 교사들에 대한 홍보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어린이들을 상대로 고열량 식품 판매행위는 날로 심각해지는 학생 비만을 줄이기 위한 정책당국의 고육책이다. 문제는 이 어린이 비만이 성인 비만으로 쉽게 이어지고 당뇨병,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이를 방치할 경우 치러야 할 사회적 대가도 엄청날 것이다. 국내 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직접 비용 1조777억원, 간접 비용 7152억원으로 막대하다. 그래서 어린이 비만 유병률 줄이기는 국가적 과제다. 국민 전체가 '미래의 흑사병'이라 불리는 어린이 비만과 일대 전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철저한 학교 내 교육을 통해 그 심각성을 홍보하고 당국은 고열량 식품 판매행위를 단속해야 한다. 시행 6개월이 넘도록 식품안전보호구역이 허구에 그친다면 어린이 건강을 보장할 수 없다. 학교 주변 업소들은 스스로 그린푸드 존을 지정하고 어린이 식품 안전에 나서야 한다. 학교는 어린이들에게 비위생적인 식품의 위해성을 교육하고 당국은 법규 적용만 찾을 게 하니라 국민건강 차원에서 행정의 융통성을 발휘하기 바란다. 문제가 제기돼야만 대책을 마련하는 뒷북 행정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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