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음식점 칼로리 표시사업'을 했으나 1년이 지나도록 표류하고 있다. 음식업계의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한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지난해 9월 시는 식단에 표시된 칼로리양을 보면서 손님들이 음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음식점 메뉴판 칼로리양 표시' 사업을 시행했다고 한다. 시행 당시 시는 1차로 면적 330㎡ 이상의 식당 257곳을 대상으로 메뉴별 칼로리양과 권장칼로리양 표기사업을 시범 실시했다. 또 올해부터는 의무적으로 일반 휴게음식점, 제과점, 위탁급식업체 등 시내 모든 음식점(1만3000여곳)으로 확대 시행키로 했다.

수원시의 음식점 칼로리 표시사업은 시민 건강을 위한 웰빙식단으로 칼로리 영양을 손님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발상에서다. 매일 바쁘고 야근하거나 일상에 쫓겨 인스턴트 식품을 찾고 술을 마시며 안주로 기름진 고기류를 먹다 보니 자신이 원치 않아도 자꾸 비만이 찾아오는 게 현실이다. 이 점에서 수원시가 추진한 음식점 칼로리 표시 사업은 식객들에게 칼로리양을 메뉴판에 표시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단지 의욕만 앞섰을 뿐 현실적으로 대비책을 세우지 못하고 무모하게 추진한 것은 아무래도 신중하지 못한 시행착오가 아닐 수 없다.

비만은 개인의 질병을 불러 건강에도 안 좋지만, 직장이나 기타 사회생활에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자신감을 잃게 하고,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도록 만들어 경제적 손실과 심적 부담, 건강 악화 등 여러 가지로 무엇하나 좋은 게 없다. 이를 위해 수원시가 창안사업으로 음식점 칼로리 표시 사업을 벌인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그 방법과 홍보 등 시행단계에서 필수적으로 따라야 할 일들을 덮어 둔 채 서둔 감이 있다.

먼저 음식업계에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업주의 소양교육을 통해 칼로리 표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스스로 동참하도록 해야 했었다. 음식 칼로리 표시를 굳이 식당 내부 메뉴판에 지저분하게 할 게 아니라 손에 들고 보는 책자형에 작은 글씨로 표시하는 방법 등 사전 공론화를 거쳐 시행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미국의 경우만 해도 칼로리 표시제가 지난해부터 미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지지하는 단체들은 칼로리 표시제가 미국의 심각한 비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원시는 현재 표류 중인 칼로리 표시 사업을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시행 1년이 넘도록 예산 타령이나 하며 이런저런 이유로 미적거리면 행정의 불신만 커질 뿐이다. 1차 330㎡ 규모의 식당부터 영양정보 표시 메뉴판을 제작 보급하고 시청 홈페이지에 개인별 맞춤형 권장 영양 기준에 대한 인터넷 서비스를 구축하기로 한 당초 계획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바란다.

일반음식점에 칼로리양 제공이 오히려 매출에 타격이 있다는 일부 업소의 주장은 어떤 연유인지 파악해 칼로리양 제공의 이점을 살리는데 행정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비만에 더 안 좋은 음식은 줄여서 먹을 수 있는 메뉴선택이 영업매출을 줄이는 요인이 될 수는 없다. 칼로리양 표시제는 세계적인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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