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옴부즈맨(행정감찰관제도·호민관(護民官)제도)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 말 필리핀 마닐라 아시아개발은행(ADB) 본부 대회의실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등 아시아 17개국에서 온 옴부즈맨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시아옴부즈맨(AOA)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서는 온통 한국 옴부즈맨의 역사성과 우수성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구로다 하루키 ADB(아시아개발은행) 총재는 개회사에서 “지구촌의 옴부즈맨은 15세기 한국에서 만든 신문고(申聞鼓)가 효시”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옴부즈맨의 발상지는 200년 전인 1809년 스웨덴이다. 그런데 구로다 총재가 이보다 400년 앞선 조선시대의 신문고 제도를 언급, 한국 옴부즈맨 제도의 역사성에 주목한 것이다. 참석자들은 3일간의 회의 내내 한국 대표단에 자문을 구했다.

세계적인 옴부즈맨 연구학자인 인도 라자니 교수도 기조연설에서 아시아 지역의 옴부즈맨 우수사례로 고충상담에서 해결까지 인터넷으로 처리하는 한국의 민원처리 일관시스템 ‘국민신문고(www.epeople.go.kr)’를 높게 평가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전화로 1일 평균 6000통의 각종 정부민원을 상담처리하는 110콜센터와 오지마을을 찾아다니며 고충을 해결해 주는 이동신문고 활동도 크게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 회의에서 선진화된 옴부즈맨 시스템을 갖춘 우리나라가 국제사회를 리드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적지 않음을 느꼈다. 우선 우리의 좋은 제도를 알리는 데 언어(영어)장벽이 너무 크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신문고 제도를 발전시켰지만 이에 대한 다국어 자료가 외국에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우리 사회에는 다문화가정이 급증하면서 다국어 상담서비스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 국민신문고에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몽골어 전용 민원처리 코너가 개설돼 있고, 태국 우즈베키스탄 방글라데시 등의 언어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다문화가정 100만 가구에 딸린 식구가 500만명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고충상담과 통역에 필요한 인력 충당도 시급하다.

두 번째는 우리 고유의 옴부즈맨 시스템을 국제사회에 전수할 교육체계가 필요하다. 국제감각이 탁월한 전문인력보강, 교육시설구축, 교재개발 등이 뒤따라야 한다. 회의장에서 만나는 참석자마다 한국의 옴부즈맨 제도를 전수받고 싶어 했다. 태국 필리핀 이란 등은 국민신문고 시스템을 자국에 전수해 줄 것을 강력히 희망했다. 특히 이란감찰원은 당장 직원초청 연수를 요청했다. 이들은 주로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킨 국민신문고시스템의 노하우와 경험을 전수받길 희망했다. 국제관계 업무확대가 시급하고 대내외 교육수요를 충당할 교육장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로 국민고충처리와 인권, 부패방지 등 옴부즈맨 범주의 일관서비스(one-stop service) 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 아시아 여러 나라 옴부즈맨들은 고충처리와 부패신고 행정심판 등 3개 기능이 한데 모여 국민과의 소통 창구로서 일관서비스 체계를 갖춘 한국을 부러워했다. 이같이 다자기능의 유기적 옴부즈맨 연계서비스를 체계화시켜 한국형 옴부즈맨을 만들고 이를 국제모델로 키워내야 한다.

넷째로 지난해 확보한 세계옴부즈만협회(IOI) 아시아지역담당 부회장(이재오 특임장관·전 국민권익위원장)자리도 신임 권익위원장(현재 공석) 부임과 동시에 국제무대 활동을 강화해 재선출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범정부적으로 펼치고 있는 국격제고 캠페인과 공정한 사회 만들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도 이 같은 옴부즈맨의 기능 및 국제협력 확대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재외국민의 권익 보호를 위해 아시아 각국 간의 옴부즈맨 협력 관계를 돈독히 추진하고 국민신문고 등을 통한 민원처리 시스템의 기술지원을 꾸준히 전개하는 것도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필요조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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