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현대사회의 구조적 복잡성과 이혼율 급증, 그리고 국제결혼의 확대로 가족의 형태는 다양해졌다. 다문화가정이 낯설지 않고 한부모가정이 드물지 않다. 재혼에 따라 혈연관계가 아닌 새로운 가족 관계가 형성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가족관은 구태의연하다. 한부모가정이나 다문화가정, 재혼가정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심지어는 따돌리기까지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제 획일화된 가족관에서 놓여나야 할 시점이다. 새로운 가족관을 정립하는 게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드는 바탕이 될 것이다. 어떤 범죄가 발생했을 때 검거된 용의자가 편모슬하에서 자랐다는 등의 기사가 사라졌으면 한다. 한부모가정이나 다문화가정이라고 해서 결코 불행한 건 아니고 자녀가 성장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쉽게 고정관념에서 놓여나지 못한다.

혈연중심의 가족관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재혼에 의해 형성된 가족이 많은데도 우리는 아직도 혈연만이 가족을 구성할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붙들려 있다.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가족은 얼마든지 구성될 수 있고 가정의 화목을 도모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지금 보육시설에선 많은 아동이 새로운 가정을 찾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입양아 수출국이라는 아픈 역사를 다시 반복해선 안 되지 않는가. 혈연중심의 가족관에서 벗어나야 더 많은 아동이 따스한 가정의 품으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을 진정으로 구성하는 것은 혈연관계가 아니라 사랑과 이해라는 가치관이 이 땅에 굳건히 자리 잡았으면 한다. (최일걸·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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