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가 우려했던 대로 민생을 위한 정책감사보다 정치공방으로 치달았다. 경기도 국감장이 도정 현안은 차치하고 민주당 의원들의 김문수 경기지사 성토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이미 차기 대권과 관련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국회 행안위와 국토위 국감에서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질의 때마다 대권 출마 여부에 대해 끈질기게 추궁했다.

국정감사는 말 그대로 국회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 및 예산을 철저히 점검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장(場)인 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벌어지는 국감 행태는 이런 취지와 너무 거리가 멀다는 인상을 남겼다. 치밀한 자료준비와 조사에 근거하기보다 정략적인 일회성 폭로가 난무하고 이로 인해 여야가 본연의 국정감사는 제쳐놓은 채 정치적 공방으로 시간을 다 허비해 버린다면 국감의 의미가 없다.

엊그제 경기도 감사장에서 민주당 등 야당의원들은 여권 내 차기 대권 주자로 부상한 김 지사의 핵심도정인 GTX 사업에 의혹을 제기하며 대권 출마와 연결해 정치적 정략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공세에 나섰다. 또 4대강 사업을 위해 팔당 유기농단지 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김 지사를 강력히 비난했다. GTX 사업과 4대강 사업 관련 팔당 유기농단지 문제만을 중점 다뤄진 이번 국감을 지켜본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 사이에선 실망감을 표출했다.

이보다도 지금 경기도의 현안은 도민의 삶과 직결되는 과제들이 허다하다. 뉴타운 사업, 배추값 등 농산물 물가, 일자리 창출, 저출산, 복지문제 등 실질적 도정 현안 과제들이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번 경기도 국감은 도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는커녕 당리당략적 질타와 추궁으로 일관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엽적인 사안에 매달려 정작 다뤄져야 할 핵심문제를 놓치는 비생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아예 '4대강 국감'으로 규정하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 대표는 국감이 시작되자 "국민과 함께 4대강 반대의 길을 가겠다"며 전의를 다진 바 있다.

그렇다면 중앙정부에서 다뤄져야 할 국책사업을 지방정부 국정감사에까지 제기돼 다른 현안 문제를 다루지 못하게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 GTX 사업만 해도 정부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부채가 많은 경기도가 이 사업을 김 지사가 정치적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한편, 경기도의 재정악화와 산하 공공기관의 만성적자, 지방세 과오납 발생 등 도정현황이 다뤄진 것은 평가할 만하다. 매년 늘어나는 체납액과 부채액 등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질타와 대책을 주문한 것은 그나마 낙제점을 면했다.

이제 무용론을 넘어 폐지론까지 나오는 국감 제도가 제대로 운용되려면 달라져야 한다. 야당은 여권 지방정부가 하는 일에 무조건 시비하기보다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여당은 무조건 감싸는 자세가 되기보다 질책할 것은 하되 반드시 민생을 챙기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무엇 하나라도 철저히 짚어 반드시 시정될 수 있도록 내실있는 국감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래서 국민과 정부, 국회를 위한 '상생 국감'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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