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주말에 만난 친구가 핸드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꿨다며 자랑삼아 보여줬다. 기존에 사용하던 핸드폰의 상태가 안 좋아 수리 겸 구경을 갔다가 핸드폰 대리점 직원의 권유로 바꿨다고 한다. 요금도 기존 요금과 별 차이 없으면서 편리한 기능을 가졌다면서 필자도 바꾸는 것이 어떠냐고 은근히 자랑하는 말투다.

요즘 단연 화두는 스마트폰이다. 미국의 애플사가 아이폰을 출시한 이래 작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폰의 열기가 불어와 우리 일상생활에 파고들고 있다. 물론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과 함께 이전의 핸드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롭고 편리한 기능들이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아예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지급해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권장하기도 하고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기 위해 스마트폰 강좌가 개설되고 있다. 인터넷도 되고 간단한 문서 편집이나 데이터저장도 가능한 작은 스마트폰은 전화기라고 부르기보다는 ‘전화통화가 가능한 작은 휴대용 컴퓨터’라고 인식하는 편이 옳을 것 같다. 스마트폰을 보니 이제 필자가 가진 핸드폰기종도 곧 단종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아닌 게 아니라 이미 시장에서는 스마트폰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다. 기존의 핸드폰은 몇 종류밖에 보이지 않고 그나마 판촉광고도 하지 않는다. 이렇듯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인간문명의 편리를 보니, 문득 우리나라 정보통신의 역사에 대해 되돌아보게 됐다.

1994년 이래 본격적인 인터넷이 우리나라에 시작되면서 각종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수많은 정보가 우리 생활에 쏟아져 들어오게 됐다. 그때만 해도 취업을 하려면 컴퓨터 학원에 등록해 일정수준의 과정을 들어 자격증을 취득해야 했고, 이러한 짧지 않은 스트레스의 기간이 끝나자마자 곧 새로운 인터넷환경이 우리 앞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져 가곤 했다. 처음 인터넷이 생겼을 때 사람들은 이메일이라는 것을 사용하면서 편지라는 매체는 곧 사라져 우체국도 없어지리라 예측했었다. 하지만, 인터넷 상거래라는 것이 시작되면서 우체국은 택배업무로 가장 바쁜 기관 중 하나가 됐다. 또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한 문서로 인해 종이문서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 또한 복사용지의 필요성을 무시한 예측이었다.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으로 환경 자원이 절약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들은 실제로 거의 빗나가곤 했다. 물론 이메일 고지서라든지 인터넷 뱅킹, 원격 교육 등 최첨단 기술들을 사용해 사람들의 편리를 도모한 것이 결과적으로 자원을 아끼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지만, 우리가 컴퓨터나 주변 기기들의 소모로 인한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은 차마 예측하지 못했던가 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앞에 나타난 스마트폰은 우리 인간의 생활에 얼마만큼의 편리를 줄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인간이 살아가는 환경에 얼마만큼 기여할 수 있을까? 스마트폰 출현으로 종량제 커뮤니케이션의 시대가 막이 내렸다고 말을 하지만 환경인의 입장으로서 바라보는 스마트폰의 존재는 조금은 회의적인 생각이 들게 한다.

곧 새로운 무엇이 나타나면 기존의 것은 버려야 하는 일회용의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 단지 파손이나 고장으로 인한 교체가 아니라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바꾸는 것들이 더 많은 세상이다. 집집이 쌓여가는 택배 포장과 컴퓨터와 통신 기기 제작에 필요한 새로운 자원의 부족, 그로 인한 환경오염 등…. 그것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노력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기술문명의 화려한 유혹과 편리함에 곧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 콘텐츠를 위한 콘텐츠보다는 인간을 위한 콘텐츠가 더 필요하다.

필자도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기종의 핸드폰으로 교체해야 할 것이다. 아마도 스마트폰이 될 것임이 확실할 것이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동물이다. 문명의 이기를 위해 소비를 피할 수 없다면, 최선을 다해 소비의 비중을 줄이고 환경을 위한 방향으로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스마트폰을 보면서 기대해 본다. 새롭게 나타나는 생활의 편리함이 무엇이던 간에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부담하고 살아가는 탄소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줄여 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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