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침인 '주민참여예산제도' 조례 시행에 경기도가 아직도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주민자치의 실질적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 경기도가 관련 조례 제정을 미루고 있어 재정 분권 정착을 위한 실험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 예산의 투명성과 공정성 등을 담보하기 위해 마련된 주민참여예산제는 예산편성 과정에서부터 주민들이 참여, 예산의 방만 운영에 따른 혈세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취지를 살려야 마땅하다.

그러나 경기도는 2006년 행안부 지침에 의해 같은 해 5월 도의회에 주민참여예산제도 조례안을 제출했으나 부결됐다. 당시 도의원들이 권한 침해와 예산을 심의한 기능의 중첩을 이유로 가결되지 못했다. 대전시를 비롯한 일부 광역·기초단체들이 이미 조례를 제정, 시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자치행정에 시민참여를 원천적으로 가로막은 도의회의 독선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가 주민참여예산제도 조례 시행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절반이 넘는 17개 지자체 역시 조례를 제정하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는 자치입법·행정·재정권의 보장을 전제로 한다. 주민이 자치권의 주인이 되고 주민의 역량에 의해 자치능력 향상을 가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적극적인 주민참여자치가 아니면 지역발전을 가속화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제도가 도입된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그동안 공무원 중심으로 예산이 편성되어 재정운영이 다양한 주민욕구와 행정수요를 반영하는 데 한계를 보여 왔기 때문일 것이다. 또 예산이 자치단체장과 집행부의 쌈짓돈이 되는 등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했던 까닭일 것이다. 정부가 지방재정법을 제정해 주민참여 절차를 마련한 것은 지방자치 지방분권에 희망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경기도가 5년 전 의회의 부결을 두고 다시 의회 제출을 미적거리는 것은 집행부 역시 시민참여가 예산집행에 자유롭지 못하다며 동조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특히 도를 비롯한 기초단체들이 주민참여예산제 조례에 소극적인 이유는 행안부의 지침이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어서 시행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식이다. 그렇다 보니 단체장들은 선거 시 공약한 사업에 적정하게 예산을 배분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예산운용의 감시자 역할을 하게 되면 사업 우선순위를 바꿔야 하는 등 부담이 따르고 있다는데 이 제도를 외면하는 이유다.

주민들의 다양한 제안은 물론 이 제도의 정착을 위해서도 주민들의 제안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는 예산의 투명한 공개,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대표의 협의를 통한 예산안 편성, 지방의회 심의 의견 등의 단계와 절차를 거치면서 주민들의 자치의식을 높여주는 데도 기여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의사결정은 최종적으로 그 구성원인 주민의 의사에 기초해 이뤄져야만 정당화될 수 있다.

물론 주민참여를 확대하면 할수록 여러 가지 갈등이 나올 수 있다. 공무원과 주민 간의 갈등이나 주민들 간의 갈등도 터져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갈등이야말로 예산편성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를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경기도와 도의회는 주민의 권리인 주민참여제도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