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건축사의 유산이냐, 안양 사적(史跡)의 보존이냐'를 놓고 고심했던 경기 안양시가 근대 건축물의 가치를 우선 선택했다.

시는 김중업박물관(가칭)의 당초 건립 계획안대로 안양시 석수동 옛 ㈜유유 안양공장 건물 19개동 가운데 고(故) 김중업 건축가(1992~1988년)가 설계한 5개동을 원형 보존한 박물관을 짓기로 했다. .

시는 3일 김중업박물관 건립예정지에서 현장브리핑을 갖고 "근대건축물과 문화재가 조화되는 복합문화공간 조성을 기본 틀로,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한 유유 공장 건물을 원형 보존한 박물관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전체 건물 19개동 가운데 5개동은 원형 보존, 8개 동은 리모델링해 박물관으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철거할 방침이다.

원형 보존되는 공장 사무동과 공장동, 보일러실, 경비실, 굴뚝 등 5개동은 한국 근대건축계의 거장 김중업 선생이 남긴 건축작품 가운데 생산시설로는 유일하며, 1958년 설계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수려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외벽면을 장식한 조각가 박종배씨의 모자상, 파이오니아상 등 장식도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는 다음달 박물관 건립을 위한 실시설계에 들어가 내년 박물관 건립공사에 착수, 2012년 6월 박물관을 개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박물관 건립부지에서 발견된 고려 태조 왕건(877~943년)이 지은 사찰 '안양사'(安養寺) 터에 대해서는 내년 4월까지 3차 발굴을 한 뒤 사적지 지정 추진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사적지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발굴공사를 통해 확인된 안양사 터 전시를 위해 이 일대를 강화유리로 덮어 근대건축물과 매장문화재가 한 곳에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의 조성을 검토 중이다.

'안양사' 터는 그동안 문헌을 통해서만 전해졌던 '안양'이란 지명이 유래한 곳으로, 안양 지역사회에서 지니는 존재의 가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시는 앞서 김중업박물관을 짓기 위해 국·도비 31억원씩을 지원받아 2007년 5월 부지를 매입하는 등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다가 지난해 6월 이 곳에서 '안양사' 터가 발견되면서 박물관 건립 일정을 모두 중단했다.

시 관계자는 "박물관 건립부지 아래서도 '안양사' 터가 남아 있을 수 있지만, 문화재청과 협의한 결과 현재까지 확인된 곳에 회랑지만 추가 발굴하면 '안양사' 터 대부분의 윤곽을 찾아낼 수 있다고 판단돼 박물관 건립을 우선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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