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한 방법으로 부당하게 수령한 쌀직불금을 아직도 반환하지 않은 일부 몰염치한 이들이 있다. 나랏돈을 부정한 방법으로 삼켰으면 곧바로 처벌수순에 들어가야 하는데 자진반납 조치를 취한 것만도 특혜라는 지적을 받아 온 터에 그나마 적발된 지 1년이 넘도록 미반납자에 대해 아무런 조치가 없다.

경기도 내 쌀직불금 부당수혜자 396명이 현재까지 수령한 직불금을 반환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가 김진호 의원(한나라당·여주2)에게 제출한 행정사무감사자료에 따르면 도내 쌀소득보전직불금 부당수령자로 적발된 농가는 2007년 지급분 2400가구, 2008년 1500가구, 2009년 144가구 등 모두 4044가구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 중 현재까지 직불금을 반환하지 않고 있는 농가 396가구(2007년 154가구, 2008년 206가구, 2009년 38가구)인 것으로 밝혀졌다.

쌀직불제는 정부가 쌀시장 개방에 대비해 지난 2005년 기존의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공공비축제로 전환하면서 벼농사 종사자의 소득보전 수단으로 도입된 것으로 목표 가격과 산지 쌀값 간 차이의 85%를 정부가 직접 현금으로 메워주는 제도다.

그런데 이렇게 국민 세금으로 마련한 쌀소득보전직불금이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소유한 부재지주들의 호주머니를 불리는 데 쓰인 부당 수령자가 허다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일으켰다. 공분을 자아내는 것은 부정수령자 중 공무원 상당수다. 박봉을 받는다는 공무원이 무슨 돈으로 농지를 샀는지 궁금도 하지만 농지법을 위반하며 부정을 저지른 '모럴 헤저드'에 할 말을 잃는다.

정부가 이들이 전과자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진납부 기회를 준 것도 형평에 어긋나지만 그러고도 아직 반납하지 않고 있는 부당수령자에 대해 방관하고 있는 행태는 더더욱 기가 막힐 일이다. 법이 그렇게 물렁하니 불법을 저지를 궁리나 하는 것이 아닌가. 부당하게 새나가는 돈이 엄청난 것은 물론 불법행위 여부를 떠나 도덕적 해이 또한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쌀직불금 부당수령자는 순수하게 농사를 짓는 대농인에겐 오히려 혜택을 받지 못했다. 실제로 농사를 짓는 사람 대신 대도시의 땅 주인, 기업인, 공무원 등 무자격자가 직불금을 받아가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게다가 농지면적보다 부풀리거나 공장용지를 농지로 속이는가 하면, 동일한 농지로 여러 명이 중복 신청한 경우도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이를 뻔히 알면서도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직불금 부정수령의 차단과 환수를 위해 제대로 손을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실한 운영과 관리로 인해 쌀직불금이 부재지주 등의 '눈먼 쌈짓돈'이 됐다는 얘기다.

지금이라도 경기도와 일선 지자체는 부당 수령하고도 반납하지 않은 불법자에 대해 환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시·군별로는 화성시가 전체 미반환가구의 62.3%(247가구)를 차지해 가장 많다. 이어 평택시 64가구, 안산·용인 9가구 등이다. 아울러 차제에 쌀직불금제를 철저히 관리해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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