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차태현(34)에게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와 ‘과속 스캔들’(2008)의 여파는 컸다.  

조금 과장하면, 이 두 영화 탓에 차태현은 코믹한 영화에 ‘매우’ 잘 어울리는 배우로 인식됐다. 로맨스와 멜로물 등에도 나왔지만, 거기서도 그의 캐릭터는 여전히 코믹했다.

차태현이 또 다시 ‘헬로우 고스트’(감독 김영탁) 속 코믹한 인물로 관객을 찾는다. 22일 개봉에 앞서 만난 그에게 코믹 캐릭터 말고 다른 이미지 욕심은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손사래부터 친다.

“한 두 푼이 들어가는 영화도 아니고, 제 욕심 때문에 연기 변신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물론 믿을만한 작품과 감독님의 실력이 좋으면 연기 변신이라고 할 수 있는 악역을 하고 싶기는 해요. 사이코패스 같은 역할요. 그런 역이 제 숨은 매력을 뽑아낸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죠.”

하지만 지금은 ‘원맨쇼’나 다름 없는 코믹 캐릭터에 철저히 ‘빙의’됐다. ‘헬로우 고스트’의 차태현은 죽는게 소원이지만 어느날 보이기 시작한 귀신들의 소원을 하나씩 들어주는 인물이다.

“귀신들의 역할이 많을 줄 알았는데 제가 해야될 일이 더 많더라고요. 당황했죠. 글만 봤을 때는 컴퓨터 그래픽 도움도 받을 줄 알았는데 저 혼자 귀신의 영혼이 들어왔다, 나왔다하는 연기도 해야 했던 거죠.”

귀신 씌는 역할을 해야하니 흉내도 잘 내야 했다. “처음에는 옆에 배우들이 있는데 대놓고 흉내내는 게 창피했고, 그 연기 따라하는게 죽고 싶더라고요. 맞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고요. 그래서 리딩 연습할 때 제 대본 안 보고 다른 분들 하는 것 보고 체크했어요. 하하하.”

사실 그는 조금씩 꾸준한 변화를 주고 있는 노력파 배우다. 전지현(29)을 스타덤에 올려놓고 관객들의 사랑을 듬뿍받은 ‘엽기적인 그녀’ 이후 그가 선택한 인물과 연기는 철저히 계산됐다.

2002년 멜로영화 ‘연애소설’을 택해 다른 이미지를 그리려 노력했다. 이어 ‘첫사랑 사수궐기 대회’(2003),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2003), ‘바보’ (2008) 등으로 조금씩, 때로는 큰 폭의 변화를 가했다. 이후 ‘과속 스캔들’(2008)은 800만명 이상이 봐서 대박을 터트렸다.

코믹한 이미지가 또 다시 쌓이자 변화를 주기 위해 ‘약한’ 스릴러 장르물을 선택했다. 하지만 촬영 전 엎어졌다. 첫 일본 진출작도 취소됐다. 일본 진출작이 가장 안타까운 듯 했다. “일본어만 한달 정도 배웠다니까요. 배운게 아까워서 조금 더 배우기도 했는데…. 지금은 휴대폰으로 들어오는 하루 한문장 서비스만 받아보고 있어요.”

히트한 코미디 영화들은 그에게 독이 됐을까, 약이 됐을까. 일장일단이 있다. 코믹함이 강한 캐릭터로 인해 ‘과속스캔들’ 배우들과 함께 가전제품 CF를 2년동안 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 일은 잘 되지 않았다.

“영화배우한테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못알아보거나, ‘지금 뭐하냐’고 하면 짜증나요. 그런데 이 광고 덕분에 드라마 1~2편 하는 것 같아요. 너무 센 악역을 하면 광고가 안 들어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계속 이 CF 찍기 위해 일부러 다른 역할 안 하는 건 아니에요. 하하하.”

결혼한 뒤 팬들의 변화 추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줄 수 없는 충섬심 높은 사람 150여명 정도만 남았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결혼생활이 행복해 개의치 않는다. 네살 아이의 아빠인 그는 “두 아이의 아빠라는 이미지가 뭔가 경쟁력에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있다”고 했지만 둘째아이도 갖고 싶다는 마음이다.

“내후년 쯤 둘째가 생겼으면 하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죠. 그래도 저하고 아내, 2년 후 아이가 태어나면 용띠가 세명이에요. 왠지 좋아보이더라고요. 그러면 (첫째인) 돼지만 죽는 거죠. 하하하.”

차태현은 코미디 ‘헬로우 고스트’ 개봉 즈음에 경마기수와 경주마를 소재로 한 영화 ‘챔프’ 촬영에 들어간다. 또 다른 변화가 깃든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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