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올해 설 명절 연휴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분위기에서 지내야 할 것 같다. 서민들에겐 하루하루 다가오는 설날이 꼭 반갑지만은 않은 것 같다. 명절을 맞아 고향에 찾아올 자식이나 친지들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 주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상기후 등으로 전반적인 흉작을 겪었던 농민들의 어려움은 올해에 들어서도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커지고 있다. 더구나 설 차례음식을 마련해야 할 서민층의 장바구니 물가가 폭등하고 있다. 재래시장도 불경기 탓에 개장 휴업이다. 그래도 대형마트나 백화점보다 가격은 저렴하다.

전국주부교실 경기도지부는 지난 19일~20일 이틀 동안 수원지역의 백화점, 대형할인마트, 대형수퍼마켓, 재래시장 등 20여곳의 유통시설을 대상으로 설 성수용품 가격 조사 결과 과일과 육류, 채소와 수산물 등 설 차례상에 쓰이는 22개 품목을 사는 데 들어가는 비용(4인 가족 기준)이 백화점보다 재래시장이 13만원 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에서 제수용품을 구입하는 데 들어가는 평균비용은 30만2069원, 재래시장은 17만4391원으로 12만원7678원의 차이를 보였고 대형할인마트는 23만3116원, 대형수퍼마켓은 18만3352원으로 조사됐다. 주부교실이 시민들의 과소비 지양과 설 성수품 구매 정보를 파악하기 위한 이번 조사는 재래시장의 상품 또한 우수했다고 밝혔다.

찌든 서민경제는 명절 제수용품 구매가 큰 부담이다. 서민들과 재래시장이 상생하는 길은 팔고 사주는 것이다.

특히 물가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축산농가에 재앙을 몰고 온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어 국민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여기에 조류인플루엔자(AI)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폭설과 수십년 만의 한파도 만만치 않은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연일 치솟는 기름값 역시 농민과 서민, 재래시장 상인들의 주름살을 펼 수 없게 한다.

구제역과 AI는 명절 연휴가 닥쳤을 때 귀성객들로 하여금 고향으로 가는 발걸음을 망설이게 할 것으로 보인다. 가축전염병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방역작업이 전국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 주민들도 자녀나 친지들의 귀성을 고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워지는 처지다.

도시사람들이 명절을 맞아 농촌의 고향을 방문해 반가움과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좋겠지만 방문하지 못한다고 해도 농민 그리고 서민경제와 밀접한 재래시장의 어려움을 덜어 줄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먼저 물가의 경우 설 대목을 앞두고 제수용품 및 식료품을 비롯한 생활용품 가격이 크게 뛰고 있어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폭설과 AI까지 겹쳐 출하량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설을 앞두고 주요 품목에 대한 물가안정 노력을 강화하고 있기는 하다. 설 명절에 수요가 많이 늘어나는 품목을 중심으로 공급확대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사재기 등 불공정거래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방침이다. 기왕이면 직거래 장터 및 특판행사 등을 통해 공급부족에 따른 물가불안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도 선물용품으로 재래시장에 관심을 갖고 이용률을 높인다면 서민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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