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평준화가 사실상 무산됐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광명, 안산, 의정부 지역에 대한 고교 평준화 계획에 대한 교과부 반려의사에 대해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강원도교육청도 고교 평준화 계획이 불허되기는 마찬가지다.

김 교육감은 엊그제 기자회견을 갖고 “준비가 부족하고 학군설정이나 학생배정 방법 등 최종방안이 없어 곤란하다는 교과부의 주장은 도교육청의 준비 상황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교 입시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교과부령을 개정해야 하지만 교과부가 자료를 검토해 반려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반발이다. 한마디로 교과부의 반려는 ‘준비 부족’이 이유다.

이에 대해 “7~8년 전부터 해당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1년 반 동안 충실히 절차를 밟아왔는데 교과부는 적절한 사유 없이 처리하지 않고 있다”는 게 김 교육감의 주장이다. “고교 평준화는 교육감이 책임지고 추진하는 사안으로 이를 적절치 않은 사유로 거부하는 것은 교육자치를 훼손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어 조속히 수용하기 바란다”며 “부령이 개정되는 대로 후속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평준화 의지를 내비쳤다.

여기에 교과부의 반려 사유를 주목하게 된다. 쟁점에 대해 정리가 안 됐다는 것이다. 지난주 이주호 장관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참석해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비치면서 결국 2012학년도 평준화 실시는 물 건너간 데다 향후 도입 방침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핵심 이슈인 학군 설정을 비롯해 학생 배정방법, 비선호학교 포함 여부, 학교 간 교육격차 해소, 우수학생 유출 방지 대책 등을 먼저 해결하라는 지적이다.

이 문제에 대한 공청회조차 열리지 않은 게 사실이다. 평준화 반대 측이 교과부에 제기한 민원도 같은 맥락이다. 창원 등 일부 교육청 관내의 경우 광명, 안산, 의정부보다 평준화 여건이 더 좋은 데도 현안을 4년여에 걸쳐 협의하며 준비했다. 단기간에 결론부터 도출하려는 도교육청과는 달랐다.

평준화에 대해서는 찬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이유다. 학교선택권을 보장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과 평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해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강행만이 능사는 아니다’는 의견이 수없이 제기됐다.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평준화 무산을 교과부와 진보 교육감 간의 갈등 구도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포항의 평준화 추진 과정과 비교하면 준비 미흡과 밀어붙이기식 행정이 초래한 결과라는 지적이 더 힘을 얻는다. 특정학교 선호현상이 심하고 어떤 학교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면 평준화 여건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교과부의 평준화 유보 입장은 평준화 불가 민원을 교과부에 제기한 평준화 반대 측의 요구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도교육청은 교과부의 방침에 관계없이 평준화를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3월까지 교과부령 개정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관심사다. 교과부의 입장을 보면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지금은 교육계를 안심시키는 일이 급하다. 경기교육을 위한 최선의 제도가 어느 것인지를 선택해 교육계 혼란을 최소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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