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발달로 현재 인류는 ‘백세장수시대(百世長壽時代)가 도래했다고 한다. 건강하게 오래 산다면야 무슨 어려움이 있으랴. 백년이라는 말은 오랜 세월을 뜻한다. 결혼한 부부에게는 ‘백년해로(百年偕老)’를 하라고 말하고 국가적인 큰 계획을 시작하고자 할 때는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세운다고 한다. 백년이란 세월은 인간에게 있어서 도달하기 어려운 긴 세월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밖에 또 한 가지 우리 곁에는 백년의 세월을 견디며 우리 국토의 몸살을 일으키는 것이 있으니 바로 ‘폐비닐’이다.

설연휴가 지나고 나니 동네 구석마다 포장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한다. 해마다 대목이 오면 과대포장을 줄이자며 지자체에서는 단속에 돌입하기도 하지만 결국 일회성으로 끝나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포장 쓰레기 재활용문제는 부피도 크고 비용도 많이 들어 이전부터 제기돼왔던 부분이지만 진짜로 중요한 문제는 우리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가 가정에서 시행되고 있는 분리수거방법을 알아보면 답이 나온다. 가정 내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비닐 포장지에 관한 한 분리수거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분리수거대상의 재활용품의 범위와 배출요령은 시·군·구 조례에 따른다. 지역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비닐 포장지에 관한 한 분리수거에서 제외되는 것은 모두가 같다. 플라스틱 용기는 재활용분리 표시를 의무화했기 때문에 분리배출에 어려움도 없고 사실 부피도 큼직해서 가정 내에서도 분리수거에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비닐 포장지는 그냥 버려지고 있다.

현재 환경부에서 지정한 대로 재활용체계가 구축된 용기와 포장재에만 분리 배출 마크가 부착돼 있기 때문에 흔히 보는 일회용 검정 비닐봉지도 그대로 종량제 봉투로 직행한다. 분리수거용 쓰레기봉투가 아무리 빨리 분해되도록 제작됐다 한들 그 내용물이 100년을 간다면 결국 분리수거는 헛수고인 셈이다.

분리수거가 시작된 이래 여러 가지 시행방법이 전달됐었다. 심지어 분리방법에 까다로움이 커서 수능 시험보다 어려운 것이 분리수거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가정 내 분리수거에 관해서는 안정적인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아직 남은 숙제라면 바로 비닐 포장지 문제.

농촌은 폐비닐의 발생과 처리문제에 있어 그 양이 매우 크다. 2008년 기준으로 약 326톤의 발생량을 보이고 있고, 그 중 수거량은 약 56%에 이르고 있다. 농촌 폐비닐 발생량 또한 2009년도에 3827톤에서 2010년엔 4992톤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비닐하우스의 내·외장 용 비닐과 농업용 비닐 등은 전문 수거 업체가 수집 운반 처리하고 있다. 수집 장려금도 국가에서 지원되고 있고 직접 경작지에서 수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농촌 폐비닐은 재활용에 그다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도시에서의 비닐 포장지 수거는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많다. 폐비닐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는 ‘그린마일리지’ 등의 캠페인을 통해 자발적으로 포장재를 줄이거나 일회용 비닐봉지의 유상판매 또는 장바구니 인센티브제도 등을 실시하고 매장마다 전문 수거업체를 이용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회수 정도가 미비할 뿐이다.

50원을 도로 받고자 비닐봉지를 가지고 다시 마트를 찾는 사람도 드물다. 뿐만 아니라 과자봉지나 식품포장지, 심지어 작은 장난감의 포장지와 같은 것들도 결국 그냥 버려지게 되는데 이것들이 버려지면서 토양과 대기를 오염시키는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반면 이들을 쓰레기가 아닌 하나의 자원으로 고려해보는 노력도 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RP)를 실시해 쓰레기를 생산해내는 생산자에게 재활용비용을 내게 하는 제도를 시행하거나 기업과 국민에 대한 직·간접적인 홍보와 지원 등을 하고 있는지 오래다. 하지만, 결국 버려진 필름포장재들을 모두 재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의 구축이 가장 큰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구체화하지 못한다면, 가장 힘들게 분리수거를 하는 일반 가정이 결국 ‘재활용의 사각지대’가 돼 버리고 말 것이다.

지금도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서는 달러와 유해물질이 새어나오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각을 바꾸어 보면 해답이 보인다. 폐비닐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배출되는 폐기물이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또 하나의 원자재이다.

자원 수입의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있어 석유자원의 고갈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재활용을 위한 기술개발과 인프라구축을 다시금 고려해야 한다. 소수의 재활용 공장과 수거업체만으로는 우리 국토가 앓는 ‘폐비닐 몸살’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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