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풀리면서 구제역 매몰지 악취문제가 2차 환경피해로의 확산이 우려된다. 얼어붙었던 땅이 녹자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침출수에 의한 토양과 지하수 오염이 속속 드러나고 있으며 악취와 식수난 대책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경기도는 매몰지 악취를 제거할 활성탄을 개발했다.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은 매몰지 가스배출관에 활성탄을 이용한 여과주머니를 넣은 결과 최대 10가량 악취저감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활성탄은 대형병원, 백화점 등에서 실내공기 정화를 위해 사용되는 물질로 니코틴과 타르 등 인체 유해 물질 제거를 위해서 담배 필터에도 들어가는 다용도 제품이다.

광풍을 일으킨 구제역은 사실상 종식단계에 접어들었다. 가축에 대한 예방접종률도 80%대를 넘어서 더 이상의 확산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워낙 많은 가축을 살처분한 데 따른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도내에서도 18개 시·군 축산농가에서 소·돼지가 살처분됐다.

문제는 날씨가 풀리면서 이들 매몰지에서 풍겨나오는 악취가 심각하다. 경기도는 여주군 가남면 상활리에 있는 구제역 매몰지 현장에서 활성탄주머니를 사용한 결과 복합악취농도가 설치 전 45배에서 설치 후 5배(89%)로 줄어드는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구제역이 워낙 빠른 속도로 번져 확산방지를 위해 매몰이 그 어떤 방식보다 우선이었다. 매립이 시급한 상황에서 빗물 유입, 침출수 유출 등으로 인한 2차 피해 방지 차원의 제반규정을 지키는 데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경기도 내에서는 상수원주변 매몰지에 대한 점검결과 정비가 필요한 곳에 차수벽을 설치했다. 이제 제2의 환경피해로 악취제거가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번 활성탄 이용을 도내 시군에 확산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번 활성탄주머니 설치 후 5배의 악취농도는 사람이 미세하게 냄새를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매몰지 인근 주민들의 불편을 크게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활성탄 주머니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활성탄 주머니는 모기장이나 헌옷에 활성탄을 10㎝ 두께로 넣어 만든다. 이어 가스배출관 끝 부분에 있는 U자관을 빼낸 후 중간에 주머니를 삽인 한 후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하고 다시 원상대로 이어주면 된다. 누구나 손쉬운 방법이어서 모두 매몰지 악취에 나서야 할 것이다.

경기도는 엊그제 부시장·부군수 영상회의를 통해 도내 31개 시군에 전달,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비가 올 것을 대비해 철저한 매몰지 방수와 매몰지 주변 수로 설치를 강화하고 매몰지 지반 복토와 위험지역에 대한 옹벽과 차수벽 설치, 경고판 설치 등 가축매몰지 사후관리 지침을 전달했다. 발생지역 18개 시군과 도내 실국을 1:1로 매칭해 서기관급 공무원이 시군을 방문 사후관리 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철저한 예방이 기대된다.

혹여 매몰 부작용 방지에 실패했을 때 닥칠 재앙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지자체와 전문기관, 지역 주민 간 공조시스템을 갖춰 사후관리에 차질이 없어야 할 것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바실러스균을 이용한 악취제거도 계속해 신속한 가축사체 분해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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