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20대 여교사가 실종된 지 1주일이 지났으나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한 채 경찰수사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화성은 '살인의 추억'으로 세상에 알려지기도 한 곳이다. 화성을 비롯한 군포·안산 등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만 최근 5년간 부녀자 실종사건이 6건이나 미제로 남은 상태다. 시민의 불안감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실종된 여교사 이모(28·서울 모 초등학교)씨는 지난 1일 오후 7시59분께 자택인 화성시 반월동 A아파트를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 키 162㎝의 보통 체격의 이씨는 보라색 등산복 외피 상의와 검은색 운동복 하의를 입은 모습이 A아파트 엘리베이터 CCTV에 잡혔고 아파트 외부 CCTV에도 포착됐다고 한다.

이씨의 부모는 2일 새벽 경찰에 가출신고를 했고, 경찰은 48명의 전담반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으나 8일 현재까지 이씨의 행적에 대한 단서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우울증을 앓아 지난해 4월 학교에 휴직계를 냈고 이번 학기에 복직 여부를 놓고 부모와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경찰은 이씨를 일단 단순가출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복장이 외출보다는 산책에 맞는데다 지갑과 신용카드, 휴대전화를 모두 놔두고 집을 나가 가출로 판단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이씨가 단순가출이든 약속 있는 계획 외출이든 그 소재를 찾는 경찰의 수사가 오리무중에 있기 때문이다. 정상적으로 어느 곳이든 있어야 할 이씨라면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접했고 이미 소재를 알렸어야 했다.

부녀자와 어린이가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유괴·실종사건이 빈발하고 있지만, 그때마다 내놓는 대책들은 실효성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번 이씨 실종사건이 집중되는 것도 걱정스럽다. 이 사건에 앞서 2008년 11월에도 수원 수인산업도로에서 40대 주부 실종사건이 발생했고 2년 전엔 수원, 군포, 화성에서 3건의 부녀자 연쇄실종사건이 일어났지만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이들 사건은 서로 연관성이 있을 것이란 강한 의심이 든다. 경찰이 앞선 사건을 빨리 해결했어도 후속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이씨 실종이 주변 인물에 대한 원한 관계가 없는 정황으로 보아 단순 가출로 볼 수 있지만 범죄피해를 당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배제할 수 없다. 아직도 화성부녀자연쇄살인사건의 악몽을 지우지 못한 이 지역 주민들은 빈발하는 부녀자 실종사건으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 실종 5일 만에 헬기를 동원해 아파트 반경 10㎞ 내 야산 등 인적이 드문 곳을 수색하고 다음날에는 1개 중대 100여명을 투입해 아파트 주변을 뒤졌으나 이씨 흔적을 찾는 데 실패했다. 택시, 버스회사, 숙박업소, 찜질방 등 이씨가 갈만한 곳을 대상으로 탐문수사를 폈지만,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씨의 아파트는 화성과 수원의 경계지역이라는 점에서 경찰의 공조가 각별히 요구된다. 최근 경기 서남부는 동탄신도시 등 개발 홍수로 인구이동이 잦은 편이다. 그런 반면 치안력의 공급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생치안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경찰은 속히 수사력을 총동원, 실종사건을 해결해 주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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