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가서 일도 못하지, 그대로 죽는 거다. 찬반 투표할 때 잠을 못 잤다. 6, 7년 전 '뉴타운'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했을 때 주민들은 지역 발전의 기회라며 반겼지만 시간이 흘러 사업 고시를 앞둔 지금, 반대에 나선 주민들은 당시에는 뉴타운의 허와 실을 알지 못했다." (오산시 권모씨) 

“살던 집을 포기해야 하는 '뉴타운'은 재앙이나 다름없다 .매달 월세 70만 원이 나오는 2층짜리 연립주택이 전 재산이자 유일한 생계 수단이다. 집이 헐리면 월세가 끊겨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한 데다, 뉴타운 보상금으로는 새 아파트 입주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 (의정부 가능동 박모 씨)

경기도에서 대규모로 추진되던 뉴타운 사업이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속속 무산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한 때는 낙후된 지역을 되살릴 유일한 방법처럼 여겨졌던 뉴타운 사업이 애물단지가 돼 버린 꼴.

주민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주민 찬성이 75%를 넘지 않으면 뉴타운 사업을 하지 않겠다"며 일보 후퇴한 상태다.

김지사는 특히 추진 여부를 놓고 찬반이 갈리는 지역에 대해 재검토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지사는 최근 뉴타운 사업 반대 주민과 면담에서 “열악한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시작한 뉴타운이 경제적 여건이 바뀌어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내 뉴타운 사업지구 중 주민 반대가 많은 지구는 사업을 하지 않는 것이 맞다”며 “그러나 도지사가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 없으므로 자치단체장이 주민 의견 수렴해 판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지사는 주민 찬·반으로 추진여부에 대해서 “지자체에서 전문가와 총괄계획가(MP) 등과 협의해 주민의견을 존중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협의하겠다”며“주민의사를 물어 75% 찬성이 안 되는 경우 추진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주민의사를 물을 때는 평택, 오산 등의 사례를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등은 이런 사태와 관련 사업비 부담이 커 원주민 재정착률이 낮고 이주대책도 미흡하다는 점을 꼽고 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사업성이 저하된 게 원인이라고는 지적도 나온다.

도내에 추진되던 뉴타운 23곳 중 3곳이 무산되거나 포기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성호 오산 뉴타운 반대대책위원장은 "그때만 해도 뉴타운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서 뉴타운이 되면 헌 집 주고 새 집 받는 줄 알았던 것"이라며 반발했다.

그는 "여유 자금이 없어 개발이익을 얻기 힘든 서민들이 뉴타운의 환상에 사로잡혔던 데는 장밋빛 전망만 제시한 지자체에도 책임이 크다"고 역설했다.

또한 찬반 격렬한 갈등 끝에 결국 뉴타운 사업이 무산된 안양시는 반대 측 주민들은 안양시가 원주민 부담금과 보상 시점, 기준 등의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헌 안양뉴타운 반대대책위원장은 "사업하면 100% 성공한다는 가정하에서 계획을 세운 것이다“며 "안양시 계획을 보면 토지보상가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없고 그러나 찬성 측은 뉴타운 무산의 책임이 지난해 지방선거와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지형의 변화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종구 안양뉴타운 찬성대책위원장은 "어느 날 정치인이 개입해서 안양 만안뉴타운 사업이 표류하고, 주민들이 갈등과 반목하는 계기가 됐다"며 “당초 경기도에서 계획됐던 뉴타운 23곳 가운데, 이미 3곳이 무산됐고, 곳곳에서 반대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타운의 환상'이 깨지면서 불거진 지금의 혼란과 갈등에 대한 정치권의 책임론이 떠오르고 있다.

뉴타운 사업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와 2008년 총선에서 많은 정치인들이 뉴타운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기에 정치권의 책임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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