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은 기대보다 우려가 적지 않다. 대책안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다음달부터 부활되며,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 시한은 올해 말까지 연장된다. 또 집을 살 때 내는 취득세가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50% 감면되며 분양가 상한제는 민간주택에 한해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작년 8·29 대책에서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DTI 자율적용은 예정대로 이달 말 종료하기로 했다. 다만 서민의 주택구입자금 마련에 1억원까지 소액대출에 대한 DTI 심사편제는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또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시한은 올해 말까지 연장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취득세 50%를 감면키로 한 것은 가뜩이나 열악한 지방재정의 숨통을 더욱 조이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총 2조7774억원의 지방세수가 감소해 지자체들이 타격을 입으며, 경기도의 경우 수천억대가 넘는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 엄청난 대형사업을 하고도 남는 액수다. 9억원 초과 주택의 취득세를 현행 4%에서 2%로, 9억원 이하는 2%에서 1%로 낮추기로 함에 따라 취득세 세수 감소로 재정 사정이 악화하는 지방정부가 아우성을 치고 있고, 부동산시장도 혼란에 빠져 있다.

취득세 감면이 이처럼 거센 반발에 직면한 것은 정부가 이를 너무 졸속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취득세는 국민의 이해가 첨예하게 걸려 있을 뿐 아니라 지방정부 수입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더구나 취득세 50% 감면 내용을 담은 '3·2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지방정부와 일절 협의가 없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정부가 지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각 지방정부는 비판 성명을 냈으며 전국시·도지사협의회도 "지방자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공동성명서를 채택하고 곧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민주당도 반대 당론을 천명했고 심지어 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감면분 전액을 보전해 준다는 방침이다. 표면적으로 지자체가 손해 볼 것은 없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감면분을 내년 예산에 반영해 보전해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지자체는 당장의 세입이 부족해 재정 공백이 불가피해진다. 결국, 지자체는 연말 사후 보전 때까지 지방채 발행이나 차입을 등을 통해 알아서 해결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DTI 규제를 원래대로 환원하되 고정금리·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에 대해서는 대출한도를 최대 15%포인트까지 높여 적용하겠다는 것도 혼선을 빚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당초 정부 발표문에는 서울 강남 3구도 DTI 비율 확대(55%까지) 적용을 받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발표 이틀 만에 금융감독당국이 DTI를 추가로 늘려주는 대상에서 강남 3구는 제외하는 공문을 시중은행들에 보냈다고 한다. 감독 당국이 기존 발표내용을 번복한 셈이다.

취득세 감면, DTI 규제 환원 등 이번 혼선은 정책 당국의 조급증이 불러온 것이다. 이제라도 국·지방세 비중의 재조정이 필요하다. 당장 어렵다면 감면분의 수시 보전이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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