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한심하고도 한심한 일이다. 남의 나라의 비참한 소식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재미삼아 들으려는 사람은 우리 국민 중엔 없을 것이다. 바로 지척에 둔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 그곳에서 일어난 방사능 재해는 곧 우리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다. 외출을 나갔다가 집으로 들어와도 그 찝찝함을 무엇으로도 씻어낼 수 없다. 방송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그저 괜찮다거나 절대로 안심하라는 말뿐, 그것도 곧 사실이 아님이 드러남과 동시에 말을 바꾸거나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기에 바쁘다.

우리가 일본의 원전사태에서 얻은 교훈이 무엇인가? 폭발사고 이후 속속히 드러나는 일본의 안전 불감증, 인간의 나태함, 교만함 등이 우리의 현실과 오버랩 되면서 비수를 꽂듯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똑같은 일들이 우리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기에 우리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진실’과 ‘양심’인 것이다. 예전엔 정치, 경제, 문화, 언론 등의 분야에 국한돼 그 진실성에 대한 논의가 돼왔고, 또 간혹 그것들이 숨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맞닥뜨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오라기의 의심도 있을 수 없는 ‘과학적 진실 그리고 양심적 언론’인 것이다.

인간의 무지함과 과욕이 지구라는 작은 마을을 만신창이로 만들었고, 이젠 지구가 기후변화와 이상기후라는 모습을 띠고 우리 인간에게 경고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기후는 이전의 방법이나 데이터를 가지고 완벽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과학 첨단을 앞서고 있다는 ‘슈퍼컴퓨터’를 새로이 가동시킬 때마다 그 전지전능함에 대해 시사하던 기상청이 무슨 이유에선지 간단한 바람 방향 하나 알아맞히지도 못한 채, 자신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단지 ‘기류’일 뿐이지 ‘물질’은 아니라고 변명하고 있다.

기상은 인류가 생존한 이래 밀접하게 인간의 생존과 연결돼 있다. 백성의 삶이 곧 날씨에 좌우됐기에, 우리 조상들은 이미 몇 천 년 전부터 첨성대를 만들고 왕이 직접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다. 기후변화의 시대에 있어 기상청이 지닌 임무의 막중함은 그것보다도 더 무겁고 또한 치명적이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지금 우리의 과학은 거꾸로 가는 시계에 맞춰지는 것 같다. 단지 편서풍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 한마디에 온 국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가슴을 쓸어내렸었다. 그러나 이젠 바닷물 속으로 유입된 방사능 오염 물질이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될 가능성이 희박할 것이라는 국립해양조사원의 분석마저도 그다지 미덥지 못하게 변해버렸다. 사람들은 6일쯤엔 방사능 기류가 한반도 전체를 덮을 수도 있다는 지구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외신에 더 귀를 기울인다. 이제 우리 국민은 공공기관의 발표 그 내용보다도 ‘진실성’에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훗날 우리의 역사책에서 ‘방사능 괴담’이 아닌, ‘방사능 스캔들’이라는 제목을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국가가 위기에 닥쳤을 때 국민은 더욱더 국가에 의지하게 된다. 진실 된 국가와 언론의 정보만이 국민을 진정시키고 정부와 국민이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게 만든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안심시키기 위한 위로의 말이 아니라 침착하며 양심적이고 거짓 없는 사실일 뿐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언제까지나 진실을 가릴 수는 없다. 진실은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가식 없는 정부와 언론 그리고 공공기관의 태도는 바로 지금 필요한 것이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