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주한 미군의 증언으로 밝혀진 경북 왜관의 캠프캐럴 미군기지의 고엽제 매립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한ㆍ미 양국이 공동조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하며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양국의 환경전문가와 정부 관계자, 주민대표, 시민사회단체 등이 직접 캠프 안에 들어가 조사를 벌이기로 합의한 일은 여태껏 미군과 관련된 일에 대해 소극적이고 은폐로만 일관시켜왔던 주한미군의 태도와 비교했을 때 이번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고엽제가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베트남 전쟁 이후, 그곳에 참전했던 한국군들이 겪은 고엽제 후유증이 알려지면서부터이다. 미군은 베트남 전쟁 중 베트콩의 은신처를 없애고자 베트남 전 국토의 15%나 되는 넓은 면적에 걸쳐 고엽제를 대규모로 살포했고, 이는 곧 밀림을 파괴하는 동시에 치명적인 독성으로 인간을 향해 곧장 피해를 입히게 됐다. 당시엔 이 고엽제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이라는 물질이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사용하다가 1971년이 돼서야 다이옥신의 폐해를 인지하고 살포를 중단하게 됐다.

고엽제는 식물의 잎을 말려 죽이며 이는 곧 제초제를 의미한다. 고엽제에 포함된 다이옥신은 맹독성 발암물질로 인간이 만든 화학물질 중 가장 위험하며, 치사량 0.15g으로 비소의 3000배, 청산가리보다도 1만배나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 이 물질은 몸속에 축적돼 몇십년이 지난 후에도 암은 물론 심각한 신경계 손상과 기형아 출산 등의 문제를 낳게 되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해 분류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1978년 이미 고엽제는 물론 화학물질, 살충제, 솔벤트 용액이 담긴 드럼통을 함께 매립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최초에 미군은 고엽제가 아닌 제초제를 묻었다고 발표했으나 제초제와 고엽제는 본질적으로 같은 물질임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미군은 이를 다시 이듬해에 걸쳐 그것들을 다시 파내어 다른 지역에서 처리했다고 하지만, 이들이 말한 것이 얼마나 확실한지는 이번 합동 조사가 완전히 끝나야 알 수 있을 듯하다.

이와 관련돼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밝혀지고 있다. 그 중 2004년 미군이 매립 지역 13군데에서 토양을 채취해 검사했다는 사실은 많은 의문점을 시사하고 있다. 또한 그들이 매립했던 유독물질을 다른 곳으로 옮겨서 처리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곳이 어디이고 또 어떻게 얼마만큼 처분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유독물질의 양도 정확지 않다. 당초 250ℓ짜리 드럼통 250개가 묻힌 것으로 알려졌다가 다시 600개가 묻혔다고 전해졌으며, 이 부분 또한 진상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만약 600통이라면 12만3000ℓ에 해당하며, 그 유해성과 치사량으로 볼 때 이미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건의 미군기지는 낙동강 본류로부터 1k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는 곳에 있기 때문에, 낙동강을 식수로 취수하는 시민의 불안과 공포는 증폭되고 있다. 만약에 매립된 유독물질이 담긴 드럼통이 처리되지 않은 채 30년 이상 땅속에 있었다면 부식으로 인한 토양과 지하수의 오염문제는 물론 주변에 사는 주민들의 건강에도 문제를 일으킬 것은 확실한 일이다. 만약 그곳의 농작물들마저 오염돼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는 생태계는 물론이고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아주 치명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편견 없는 조사와 숨김없는 사실이다. 철두철미한 조사를 통해 국민의 불안과 의혹을 해소시켜줘야 한다. 화학물질의 무분별한 매립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또한 그 피해가 어디에까지 미칠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더 이상의 작은 은폐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통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와 그 결과에 따른 조속한 처리를 보여 줘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전국에 있는 모든 미군 기지를 향한 우리 국민의 불안과 의심을 불식시켜 줄 수 있으며 양국 간 불신의 싹을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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