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중국산 공업용 소금을 국산으로 둔갑시켜 국내에 유통시킨 사실이 사회적 문제가 됐었다. 그리고 올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바닷물의 오염을 우려한 사람들이 국내산 소금을 사재기하는 바람에 국내산 천일염의 가격이 폭등해버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주부들이라면 국내산 천일염을 사다 놓고 직접 간수를 빼서 사용하기도 한다.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지만, 건강을 위해 섭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소금은 모든 음식에서 빠지지 않는 중요한 조미료이다. 우리 속담에도 ‘평양감사보다는 소금장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금은 고대로부터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으며, 금은과 마찬가지로 결제의 수단으로 사용돼왔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초기부터 국가의 관리하에 소금을 전매할 정도로 매우 중요한 식품이자 자원이었다. 그러한 소금이 오늘 아침 신문기사에 올랐을 때 필자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모 신문사 취재팀이 전남 해안군과 신안군, 영광군 등 염전 8군데를 직접 취재하면서 농약과 제초제를 염전에 살포한 흔적을 확인했다는 보도였다.

8군데의 염전마다 제초제인 ‘그라목손’과 ‘풀방패’, 살충제인 ‘스미치온’과 ‘지오릭스’ 등 10가지의 제품들을 사용하고 버린 봉지와 약병들이 발견됐다. 이 중 ‘지오릭스’의 경우 국제적으로 사용금지가 권고된 약품이기도 하다. 현지인들의 말을 빌자면, 염전 주위에 자생하는 함초(鹹草)의 그림자가 소금의 생산을 방해하고, 염전에 구멍을 내어 바닷물이 새어나가도록 만드는 게를 없애기 위해 제초제와 살충제를 뿌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취재진이 직접 찾아간 염전의 주변은 이미 검붉게 타들어가는 함초와 작은 물고기들이 죽어가고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일들이 오래전부터 관행처럼 이루어져 왔었지만, 해당 당국인 농림수산식품부의 관리감독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우리가 여태껏 안심하고 먹고 있던 국내산 소금의 관리는 비소와 같은 중금속의 성분만을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소금은 2008년도에 돼서야 광물에서 식품으로 분류됐을 뿐 다른 농산물과 같이 농약관리법이나 식품위생법의 적용대상도 아니었다. 결국 우리는 농약으로 키운 소금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천일염이 무엇인가? 바로 바다와 바람, 그리고 태양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선물이고 보석이다. 풍부한 미네랄 성분과 함께 함초와 같은 염생 식물이나 갯벌의 유기물들이 포함된 천일염의 가치는 최근 웰빙의 열풍을 타고 건강식품으로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전남 신안군은 국내 천일염 생산량의 65%를 차지하고 있다.

소금에 오염이 된 농약의 함량 여부는 이제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믿고 먹던 그리고 자랑스럽게 세계시장에 내놓았던 전남산 천일염은 이제 그 명성은 인간에 대한 신뢰와 함께 땅바닥으로 추락했다. 이는 해당 당국의 잘못도 또 염전 주인의 잘못도 아니다. 많은 생산량과 이익과 편리함만을 도모하려는 우리 인간들의 잘못이니 결국 그 잘못이 우리에게 되돌아왔을 뿐이다.

이제 남은 일은 해당 당국의 실태 조사와 관리에 달렸다. 비단 소금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음식물은 품질검사 기준과 안전성 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법안을 강화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어떤 지역의 특산물이 무조건 좋다는 것만 내세우고 수익만 창출하려던 산업진흥정책이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아야 할 것이다. 이제 더는 먹을거리로 인한 걱정이 없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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