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북부외곽순환도로 민간투자사업이 시민단체와 북수원 및 광교 입주예정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갈등의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반발 주민 등은 사업 타당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사업 전면 재검토나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수원시는 주민 의견을 반영한 뒤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팽팽히 맞선 양 측의 주장을 쟁점별로 살펴본다.

◇ 7년째 제자리걸음 민자도로 사업 '제동'

수원 북부외곽순환도로는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북수원IC에서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을 연결하는 폭 20m(왕복 4차로), 길이 7.7㎞의 도로다. 당초 이 구간은 도시계획도로였으나 2004년 6월 동부건설에서 수원시에 민간투자사업 제안서를 제출했고, 2007년 5월 광교신도시 광역교통계획에 포함되면서 사업이 본격화됐다.

이후 시는 2008년 12월 동부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는 등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민간사업자가 도로 준공 뒤 30년간 유료로 운영하고 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총사업비 3200억원 가운데 1500억원은 광교신도시 사업시행자가 부담하고, 나머지 1650억원을 민간에서 부담하게 된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께부터 주민들이 사업에 반기를 들면서 지금껏 사업 실행 여부조차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수원의 허파' 광교산 녹지 훼손 ▲실주민 이용 못하는 폐쇄형 도로 ▲초중학교 교육환경 및 주거환경 불량 ▲교통 분산 효과 미미 ▲절차상 하자 등을 이유로 들며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 녹지 훼손 등 부작용 우려

고가도로가 들어서면 수원의 대표적 시민 휴식처 광교산의 녹지 훼손이 불가피해 진다. 지난달 16일 수원시와 함께 민자도로 노선을 따라 현장 점검을 벌인 수원경실련은 전체 7.7㎞ 구간 10만㎡의 녹지가 훼손될 것으로 추정했다. 영동고속도로로 이미 단절된 상태의 광교산에 교량이 11개나 되는 민자도로가 조성되면 도로 주변 녹지는 모두 파괴될 것이라고 수원경실련은 밝혔다.

또 파장동 지지대 고개 교차로에서 시작되는 민자도로 진입로는 건물 4층 높이 영동고속도로 위로 설계돼 노송지대 경관 훼손도 우려했다.

지난달 개교한 광교초·중학교의 교육 환경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현재 이들 학교에서 남쪽으로 70m 거리에 영동고속도로가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50m 떨어진 곳에 민자도로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건물 3층 높이 고가도로에 높이 12m의 방음벽을 설치 하더라도 소음과 경관 문제는 물론 학생들의 건강권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광교 친환경주거단지의 기능마저 상실될 것으로 예상됐다.

임익조 광교호반 가든하임 입주자대표는 "광교는 이름만 명품 웰빙도시"라며 "주민들의 주거와 교육 등 삶의 질과 연계되는 문제는 나몰라라 하고, 도화지에 잣대로 도로선을 그었다고 밖에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시는 학교 및 주거단지와 밀접한 구간은 10m 이상 높이의 방음시설을 설치, 우려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자도로 노선은 기존 도시계획도로 노선보다 성토량과 절토량을 각각 61만㎥, 10만㎥ 줄여 녹지 훼손도 그만큼 감소시켰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환경 파괴를 예방하기 위해 이미 지난해 1월 환경영향평가계획서 심의를 실시했고, 실시설계단계에서 관련 부서 등과 환경영향 평가를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영동고속도로와 쌍둥이 노선

양측간 영동고속도로 노선과 중복, 이 구간 통량량 감소 등을 타당성 검토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대립됐다. 시는 이 도로가 개설되면 영덕~양재간 고속화도로의 상현 IC에서 북수원 1번국도 및 서부우회도로와 접속돼 1일 4만~4만6000여 대의 차량이 이 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민자도로 건설에 반대하는 북수원발전협의회와 수원경실련 등은 실제 민자도로의 노선이 영동고속도와 나란히 달려 실제 분산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영동고속도로가 지나는 이 구간 일대 통행량도 줄어 애초 타당성을 검토한 2004년과는 교통환경이 달라졌다며 재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도로공사 통계에 따르면 영동고속도로 북수원~동수원 구간 통행량은 2004년 4590만대에서 지난해 3420만대로 대폭 줄었다. 하루 1만2000대에서 9000여 대로 통행 차량이 줄어든 셈이다.

또 민자도로 노선도 영동고속도로 노선과 대부분의 구간에서 일치, 사실상 영동고속도로의 '쌍둥이 도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종주(전북대 교수) 북수원발전협의회 공동의장은 "애초 광교로 진입하는 출입구도 없이 설계돼 광교 교통량을 분산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 보기도 어렵고, 영동고속도를 달리던 차량이 유료도로인 이 도로 내려 갈아 탄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면서 "사업 목적도 불분명한 이 도로 사업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수원시 왜 민자도로 고집했나?

수원시가 왜 민자도로를 고집했는가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시는 2005년 초 민자도로 사업을 전면 중단했다. 민자도로 구간의 2km 가량이 광교신도시 사업지구에 포함돼 사업 여건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시는 광교지구 개발에 따른 광역교통개선대책의 하나로 북수원 민자도로를 공동시행자인 경기도, 경기도시공사, 용인시에 제안했다. 공동시행자들은 논의 끝에 이를 수용한 뒤 국토해양부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에 상정했고, 2007년 11월 확정된 광역교통계획에 민자도로 건설이 포함됐다.

이후 시는 동부건설이 제안한 민자도로 사업을 재개해 2008년 9월 제3자 제안공고를 통해 같은해 12월 동부건설을 우선 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

사업의 목적과 노선, 사업비 규모 등 모든 것이 달라진 상황에서 기존 민자도로사업을 그대로 추진한 셈이다. 동부건설이 제안한 민자도로는 수원도심의 교통을 분산하기 위한 외곽순환용이었다면 광역교통계획에 포함된 민자도로는 광교 개발에 따른 교통집중 현상을 분산하기 위한 대책으로 사업의 목적이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제안사업과 연속선상이 아닌 원점부터 출발했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시는 아직까지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는 기존 민간의 제안사업이 접수된 상태인 점을 고려해 대도시광역교통위원회에서 민자도로로 결정했다는 설명만 되풀이했다.

◇ 적격성 조사 '편법동원 꼼수 VS 참고용'

특히 이 과정에서 수원시가 관련법에 규정된 '적격성 조사' 절차를 편법으로 추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민간투자사업 시행령이 신설돼 2000억원 이상 민간투자 사업의 경우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 적격성 검증과 기획재정부의 민간투자사업심의를 통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애초 총 사업비 1640억원 규모로 사업제안서를 제출했고, 시는 이 제안서를 KDI에 편입되기 전 한국개발연구원 산하 공공투자관리센터에 검토를 의뢰한 결과 타당성(비용편익분석 B/C 2.56)이 있는 것으로 나와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시는 5000억원 이상의 사업에 대해서만 기재부 민투심의위 심의를 받도록 규정돼 시 자체 민투심의를 통해 사업 추진을 결정했다.

그러나 시는 2005년 3월 2000억원 이상 민투사업 규정 신설 내용을 담은 민간투자법 시행령이 신설됐음에도 2007년 11월 경기개발연구원에 민간투자사업 적격성 재검증 용역을 의뢰했다. 민투법상 적격성 검증 용역은 KDI 공공투자관리센터에서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는 뒤늦게 지난 7월 기재부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에 상정하기 위한 제안서와 적격성 검토를 KDI 공공투자관리센터에 요청했다.

수원시 최병록 도로과장은 "법 적용 이전에 제안된 사업으로 적격성 검토 대상이 아니었고, 경기개발연구원 용역은 사업추진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는 수준의 참고용이었다"고 해명했다.

박완기 수원경실련 사무처장은 "광교 광역교통계획에 포함될 당시 이미 도시공사가 부담하는 비율이 1100억원을 넘어서 전체 사업비가 2000억원을 초과한 상태였다"면서 "시가 어떤 이유에서 이를 간과하고 사업을 진행했는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민자도로 사업은 민선 3·4기 때 추진했지만, 모든 책임은 최종 결정을 내릴 민선 5기로 귀결될 것"이라며 "환경수도를 표방하는 민선 5기는 시정에도 부합하지 않는 이 사업에 대해 원점부터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손실액 51억원 공방

민자도로 사업 취소 시 수원시의 손해배상 책임 발생 여부도 논란거리다. 제안업체인 동부건설 김태규 상무는 "7년째 답보 상태인 민자도로 사업으로 인해 지금까지 설계비와 인건비 등 민자도로 사업에 51억여 원이 투입됐다"면서 "공사가 중단된다면 회사에는 막대한 손해를 입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배상책임은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과 수원경실련은 제안업체와 실시협약 체결 전 단계로, 시가 사업을 중단하더라도 손해배상을 할 만한 어떤 협약이나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시의 자문변호사인 이상용 변호사도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자문 결과를 시에 통보했다. 이 변호사는 다만 "대법원 판례를 보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 기대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이런 신뢰를 깨 손해를 입혔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는 그러나 우선 협상대상자 지정 취소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다는 점과 수원도심 정체 현상 심화 등의 이유를 들어 사업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북수원발전협의회와 광교 웰빙타운입주민들은 아예 민자도로 사업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일정 부분의 손해배상금액을 주고도, 남은 1400여억원의 광교 개발이익금을 활용, 대체도로를 조성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북수원 및 광교신도시 주민들을 위한 도로 개설이라면서도 정작 진출입로 하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뒤늦게 2곳에 출입구를 내도록 설계변경하기도 했다.

김재기 수원경실련 집행위원장은 "북수원 민자도로 1Km당 사업비가 다른 고속도로 건설비용보다 2~3배 가량 높은 400억원 이상에 달하고, 통행료도 1360원으로 추정된다"면서 "광교사업지구에 포함된 2km 보상비 등이 빠진만큼 이를 추가 하면 공사비가 과다하게 책정됐다"고 주장했다.

◇ 시민배심법정서 결론 날까?

수원경실련은 이같은 각종 의혹과 의문들을 시민배심 법정에서 가리자고 수원시에 공식 제안했다. 북수원민자도로 사업이 민선 5기 시정철학 부합 여부, 사업 중단 때 발생할 시의 배상책임 여부, 환경 파괴 문제, 사업의 필요성 등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이같이 요청했다.

시도 시민배심원를 활용한 갈등 해결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 최병록 도로과장은 "시민배심 법정이 아니라도 제기된 의문들에 대해 철저히 규명하고, 시민설명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배심원의 결정에 대해 시민들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종주 북수원발전협의회 공동의장은 "적자를 시가 보전해 주지 않는 것으로 계약한다 해도, 민투법상 지속적인 적자발생으로 운영이 어려울 때 업체는 매수청구권을 행사 할 수 있다. 결국 모든 책임은 시민들에게 돌아갈 위험이 너무 크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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