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병윤 유엔아이재무컨설팅 팀장
Q. 경기도 성남에 사는 가정주부 L(42)씨. IT기업 간부사원인 남편과 초등학생 딸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다. 월수입은 남편 소득과 월세를 합쳐 945만원. 생활비를 지출하고 매달 400여만원이 남는데, 이 잉여금을 운용하는 방법을 잘 몰라 그냥 CMA에 넣고 있다. 여윳돈이 생기면 부동산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재산을 불려 전체 자산은 17억원에 달한다. 임대보증금과 직장에서 빌린 대출금을 제외한 순자산은 8억6000만원이다.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의 관리 방법과 10년 앞으로 다가온 남편의 은퇴에 대비한 노후 준비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다
 
A. 현재 불입하고 있는 개인연금신탁과 연금저축을 쭉 유지해 나가되, 월 저축액을 조정했으면 한다. 개인연금신탁은 소득공제 혜택이 크지 않지만 연금 수령 시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그동안 채권형 및 채권혼합형으로만 운용됐지만 최근 주식형으로 전환이 가능해졌으므로 다른 금융기관으로 연금계약을 이전하거나 주식형으로 바꿔 수익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보자. 연금저축은 연금 수령 시 연 5.5%의 소득세가 징수되지만 소득공제 혜택이 듬뿍 주어지기 때문에 월 저축액을 33만원으로 증액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년부턴 소득공제액이 연간 400만원에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근로소득자는 반드시 이용해야 할 상품이다.

● 잉여금 금융상품에 투자

L씨네는 부동산 말고는 투자 경험이 거의 없다. 따라서 금융상품에 대한 인식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10년 이상 장기 투자 시 중요한 건 수익률이 아니다. 상품별로 적절히 배합해 운용한다면 수익성은 저절로 따라온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분산투자 원칙에 입각해 투자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월 잉여금 가운데 100만원은 확정금리 은행적금에, 200만원은 적립식 펀드에 부어 나갈 것을 제안한다. 적립식 투자는 3~5년의 만기 기간을 설정해 남편의 퇴직 때까지 2~3회 재투자하는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게 좋겠다. 국내 인덱스 및 성장형 펀드 5, 해외 컨슈머 펀드 3, 농산물이나 광물 등 원자재 펀드 2의 비율로 투자하면 되겠다. 이렇게 하면 연평균 7%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데, 5년간 적립할 경우 2억700만원의 목돈 형성이 가능하다. 이 돈은 월지급식 펀드 등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상품에 넣으면 노후자금 등 다양한 옵션으로 활용할 수 있다. 요즘 브라질 국채를 편입한 월지급식 상품이 비과세인 데다 수익도 짭짤해 인기를 끌고 있다.

● 노후자금부족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건 L씨 가정의 화두다. 연금상품을 보유하고 있고 잉여금 활용을 통한 목돈 마련 계획도 있지만 이들만 가지고는 노후 준비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잉여금 100만원을 비과세 상품인 변액보험에 12년 납입하고 수익률 연 7%를 가정할 때 이씨가 60세 되는 해부터 105만원가량의 연금을 종신토록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 135만원과 개인연금 수령액을 합치면 300만원 가까운 노후생활비가 만들어진다.

● 부동산자산비중 줄이기

부동산 보유 비중이 90%가 넘는 L씨네는 전세난의 수혜자다. 보유 부동산 모두 매입 당시보다 가격이 떨어졌지만 전셋값이 많이 올라서다. 그러나 전세 재계약 시점에서 전셋값이 하락세로 돌아선다면 돌려주어야 할 임대보증금 부담이 커져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오기 전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거주 아파트가 소재한 수내역 근처는 흠잡을 데 없는 거주지역이다. 최근엔 신분당선 개통으로 교통 여건이 개선됐고 판교도 안정적인 생활권으로 접어들었다. 계속 보유하길 권한다. 그러나 마천동 단독주택과 고덕동 빌라는 사정이 다르다. 둘 다 재개발을 노리고 매입했으나 재개발이라는 게 완료될 때까지 부지하세월이고 그래서 심한 마음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요즘 부동산 매기도 거주형에서 수익형으로 옮겨가고 있어 시세 상승도 기대하기 어렵다. 둘 다 처분하는 게 좋겠다. 매각 순서는 앞으로 지출 비용이 클 것으로 보이는 주택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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