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조의 365일 우리문화 편지]

“지난 경진년·신사년 겨울에 내 작은 초가(草家)가 너무 추워서 입김이 서려 성에가 되어 이불깃에서 와삭와삭 소리가 났다. 나의 게으른 성격으로도 밤중에 일어나서 창졸간에 《한서(漢書)》1질(帙)을 이불 위에 죽 덮어서 조금 추위를 막았으니, 이러지 아니하였다면 거의 후산(後山)의 귀신이 될 뻔하였다. 어젯밤에 집 서북 구석에서 독한 바람이 불어 들어와 등불이 몹시 흔들렸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노론(魯論)》 1권을 뽑아서 바람을 막아놓고 스스로 변통하는 수단을 자랑하였다.”

위 글은 조선 후기 학자 이덕무(李德懋, 1741∼1793)의 수필집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 권 48∼53에 실려 있는 <이목구심서 1(耳目口心書一)> 일부입니다. <이목구심서>는 귀와 눈으로 듣고 본 것, 입과 마음으로 말하고 생각한 것을 모은 것이라는 뜻이지요. 일정한 체제나 형식을 갖추지 않고, 책 읽고 연구하는 중에 뜻에 맞거나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을 수록한 것입니다.

이덕무는 말합니다. 옛사람이 갈대꽃으로 이불을 만든 것, 금은(金銀)으로 상서로운 금수(禽獸)를 조각하여 병풍을 만든 것, 왕장(王章)이 우의(牛衣)를 덮은 것과 두보(杜甫)가 마천을 덮은 것은 나의 경사(經史)로 만든 《한서》이불과 《노론》병풍보다 못하다고 말입니다.

요즘 같은 난방 잘된 주거시설이 아니라 당시에는 성에가 이불깃에서 와삭와삭 소리가 날만큼 추웠나 봅니다. 그 추위를 막으려고 책으로 이불을 해서 덮었다는 게 실감이 가질 않습니다. 점점 날씨가 추워져 갑니다. 이 겨울은 방에 따스한 불을 피우고 재미와 해학과 깊은 철학이 깃든 고전과의 데이트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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