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역사가 살아서 꿈틀거리며 흐르고 있듯이 지난날의 역사도 죽어있는 기록이 아니라 오늘로 이어지는 살아있는 맥락이다. 수원연화장에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비건립을 두고 보훈단체 회원들의 항의 농성이 있었다. ‘수원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데 연화장에 건립하는 것은 대다수 시민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는 게 반대요지다. 이를 추진하는 노무현 대통령 작은 비석 수원추진위원회는 ‘연화장에서 유해가 화장되는 등 국민장 일부 행사가 진행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그동안 2500만 원의 시민성금으로 건립한다.’는 것이다. 보혁(保革)갈등이 우리 사회의 양극화로 여기에까지 이르렀구나 하는 생각에 안타깝다. 보수단체들의 방해로 두 차례 공사가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노 대통령의 유해가 화장된 날인 어제 조형물 제막식을 가졌다.

필자도 하나뿐인 손아래 동서를 이달 초 연화장에서 가족들의 오열 속에 떠나보냈다. 마지막 유해가 화장을 위해 들어가는 승화원 초입, 동판에 새긴 ‘이곳은 대한민국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국민장(화장)을 모신 곳입니다.’ 이란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왠지 모르게 젊은 동서를 보내는 마음이 안심되는 듯했다. 한 나라의 대통령도 이곳에서 화장을 한 곳인데 하는 안도의 마음에서였는지 모른다.

이번 추모비건립 명분은 연화장에서 노 대통령을 마지막 보낸 곳이라는 점이다. 수원시연화장은 아름다운 장사문화를 지향하는 ‘문화와 어우러지는 최고급 공간’을 추구한다. 현재까지 전직 대통령 가운데 유일하게 화장했다. 그런 뜻에 비쳐 봐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추진위도 ‘보수단체들이 염태영 수원시장과 면담 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해주면 염 시장의 입장을 듣고 수원시의 방침에 따르겠다는 뜻을 전달해와 그때까지 공사를 중단했다’고 한다. 지난 24일 9개 보훈단체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염 시장은 ‘추모비 설치허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허가된 만큼 철회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법원에 공사 중지 가처분신청을 내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치에 따른 보수단체 회원들의 강경한 자세에 염 시장의 대응은 적절했다. 더 이상의 마찰은 바람직하지 않다.

어둠을 저주하는 것보다 촛불을 밝히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 있다. 추모비는 추모비일 뿐이다. ‘정치도 잘못했지 않느냐’ 해서 건립을 용납 못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고인이 된 노 대통령 추모비건립은 정치적 행위가 아니다. 설령 과(過)가 있더라도 공(功)을 기리기 위한 일이 아닌가. 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선거사상 가장 많은 득표수를 얻어 당선됐다. 12,014,277명의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다. ‘내가 싫다고, 나와 생각이 다르다.’라고 해서 안 된다는 논리는 민주사회에 걸맞은 행동이 아니다. 옳은 목표는 옳은 수단을 통해 달성되어야 한다. 연화장은 수원시민을 비롯한 이곳에서 장례를 모셨거나 화장을 하였거나 추모의 집에 유골을 모신 가족 모두의 자리다. 자연장이나 유택동산도 추모공간이다. 유족의 슬픔을 잠시나마 위로하고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는 적절한 조형물은 앞으로도 세워져야 한다. 

필자는 12년 전에 수원 만석공원에 세워진 ‘고 이병희 동상’ 하단에 그의 공적을 담아 비문(碑文)을 썼다. 그는 7선의 국회의원으로 오늘의 수부도시-수원시를 만드는데 공이 많다. 몇 차례에 걸쳐 동상이 훼손됐다. 심지어 어느 사람은 ‘왜, 그런 XX에게 칭송하는 비문을 썼느냐’고 심한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는 고인이다. 과는 용서하고 공을 바라봐야 한다.’고 했지만 씁쓸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정당의 국회의원이 당선될 정도의 나라가 아닌가. 그야말로 알다가도 모를 국민정서다. 다양성의 사회다. 연화장에 추모비건립도 다양한 의견이 분출될 수 있다. 역사는 큰 강물에 비유되는 흐름이다. 제 나라의 역사를 늘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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