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마지막 발걸음을 배웅하고 풀벌레 소리가 들풀처럼 돋아나는 가을이 시작됐다.

올해는 정부한 제정한 '독서의 해'다. 독서는 경쟁력과 삶의 질을 가늠하는 잣대다. 때 맞춰, 학문과 지혜의 수도인 도서관 주최로 '함께해요! 인문 숲으로의 행복한 여행'이라는 주제아래 '수원독서문화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지난 주말 고은 시인, 염태영 시장과 수원시민이 함께하는 북 콘서트(book concert)를 시작으로 오는 22일까지 수원시내 공공도서관에서 열린다. 인문학 명사 특강, '수원을 어떻게 인문학 도시로 만들 것인가?'라는 주제로 독서문화심포지엄도 개최한다.

도서관 곳곳에서 날짜를 달리하여 '아름다운 책 장터'가 운영된다. 시민 누구나 자율적으로 참여하여 책의 교환과 판매가 가능한 벼룩시장 형식의 장터다. 헌책을 통해 새로움을 재발견하고 책을 통해 나눔의 소중함을 실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밖에도 청소년독서토론 워크숍을 비롯하여 인형극, 뮤지컬, 낭독콘서트, 영어연극 등 가족과 함께 즐기는 문화공연이 다채롭게 이어진다. 도서관으로의 마실, 책과의 소통이라는 제목으로 책갈피와 전통 책 만들기, 독서신문 만들기 등의 체험행사와 이에 따른 작가초청 강좌가 재미를 보탠다.

책읽는 풍토를 조성하고 독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축제다. 지금은 창의와 감성이 주도하는 소프트파워(soft power)시대다.

창의력과 상상력의 원천은 책과 독서다. 지식의 생산과 제공의 중심지가 되는 축제다. 독서축제를 통해 '책 읽는 소리'가 수원을 흔들 수 있길 바란다.

생활 속의 독서 분위기를 확산하도록 다양한 독서운동을 펼쳐야 한다. 단기간에 성과가 나는 행정이 아니다. 반짝 행정이 아니라 시민들이 독서에 친밀감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책이 뒤따라야 된다. 성숙한 사회로 가는 길이다.

마음만 먹으면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이 수원에는 9곳이 있다. 내년에는 6곳이 더 생긴다. 시청사나 구청사 안에 북카페도 있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소장하고 열람하는 곳이 아니다.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와 예술이 새겨진 지식의 나이테다.

지식과 정보의 유비쿼터스( ubiquitous)가 만들어나갈 첨단의 미래공간이다. 시대의 지성과 호흡하는 곳이다. '걸어서 10분 거리의 도서관' 말만 들어도 구미가 당긴다.

도서관은 접근성이 중요하다. 도서관과 가까이하면 행복이 저절로 굴러들어 온다. '책 읽는 가족'이 선정되어 시상을 받았다. 흐뭇한 상이다.

도서관은 시민의 삶과 밀착되어야 하고 시민 친화적공간이 되어 일상의 문화공간으로 뿌리내려야 한다. 도서관의 기능과 역할도 변화되고 있다. 이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찾아내어 시민들에게 만족감을 줘야 한다. 정조대왕이 세운 개혁도시-수원은 도서관과는 각별한 역사를 지닌 도시다.

즉위하자마자 도서관을 설립하여 학문을 진흥시켰기에 그렇다. 정조는 왕실도서관 겸 학술기관인 규장각을 세웠다. 선왕으로부터 ‘건강을 해치니 책을 그만 읽으라’는 금서령(禁書令)을 받을 정도로 독서광이었다. 학문이 신하들보다 뛰어났다.

규장각 건물이 있는 창덕궁 비원은 임금과 가족들만 출입할 수 있는 왕실 전용공간이다. 그 중에도 가장 좋은 명당자리를 학자들에게 내준 정조는 보통 임금이 아니다. 책을 사랑한 정조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다.

개혁은 ‘칼로 하는 개혁’과 ‘붓으로 하는 개혁’이 있다. 정조는 규장각을 활용하여 붓으로, 즉 학문의 힘으로 개혁을 실행한 임금이다. 왕실도서관인 규장각을 활용하여 객관적이고 미래지향적 개혁을 했다. 왕실서적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강화도 행궁에 외규장각을 설치하여 의궤(儀軌)를 비롯해 많은 서적을 보관할 정도로 책 사랑이 남달랐다.

어떤 형태이든 간에 이러한 뜻이 연계된 독서축제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도서관은 지친 삶을 위로하는 ‘책의 제국’이다. 독서문화축제는 바로 지성의 위대함과 호흡할 수 있는 ‘책의 제국’을 축제기간 내내 여행하는 것이다. 정조대왕의 선견과 지혜에 감복하면서 말이다. 사람이 반가운 인문학 도시를 지향하는 수원시다. 책으로 사람을 키우고 책으로 도시를 변화시키는 수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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