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17대 국회 개원과 함께 국회의원 개개인을 밀착 모니터링 하는 전문 매체가 출범했다. 한국언론사에 '국내 최초의 국회의원 모니터 전문 매체'로 기록될 여의도통신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본지를 포함한 5개 풀뿌리언론(옥천신문, 울진21, 뉴스서천, 평택시민신문, 수원일보)과 시민단체 공동신문인 시민의신문이 공동으로 출자해 탄생시킨 여의도통신이 걸어온 길과 걸어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김 기자, 지금 뭐 하고 있어?"
지난 6월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한 달이나 뒤늦게 개원한 17대 국회의 첫 작품(?)인 박창달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을 카메라에 담고 있던 김진석 여의도통신 기자는 다른 언론사의 사진기자들로부터 퉁명스런 질문을 받아야 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수십 명의 다른 사진기자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정한 방향으로 카메라 앵글을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김 기자만이 외롭게(?) 전혀 엉뚱한(?) 방향을 향한 채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다른 기자들의 카메라는 파문의 당사자인 박창달 의원과 신기남-천정배, 박근혜-김덕룡 의원 등 각당 지도부를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 기자의 렌즈를 통해 클로즈업된 의원들은 그들이 아니었다. 김진표, 심재덕, 이기우, 남경필(이상 수원), 정장선, 우제항(이상 평택), 류근찬(서천), 이용희(옥천), 김광원(울진) 의원 등 9명이 그가 주목한 '피사체(被寫體)'였다.      

   
▲ 번듯하게 서있는 저 건물들속에서 역사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 김진석


맨땅에 헤딩하기, 미로에서 출구 찾기….  모든 것이 처음이고 실험의 연속일 수밖에 없는 여의도통신의 초기 활동을 두고 나온 말들이다. 실제로 여의도통신에겐 완벽하고 믿음직한 청사진도, 원용하거나 참고해야 할 시스템도 없다. 아무도 안 했던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의도통신 기자들은 농담으로 스스로를 '마루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생체실험(?)이 두렵지는 않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가장 적합한 청사진과 시스템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의도통신이 좌충우돌하며 만들어낸 기사를 살펴보자. 풀뿌리언론 회원사 지면을 통해 여의도통신 기자들이 보도한 기사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우선 각 의원의 동정을 시시콜콜한 것까지 보도했다. 따라서 회원사 독자들은 자신의 지역구 의원이 월급(세비)은 얼마나 받는지, 재산은 얼마나 신고했는지, 어떤 당직을 맡고 있는지, 어떤 계파에서 활동하는지, 무슨 상임위를 원했는데 결과는 어땠는지, 보좌하는 비서진의 면면은 누구인지, 어떤 성격의 소모임과 공부모임에 가입했는지, 언제 어느 나라로 어떤 목적으로 누구와 외유를 떠났는지 속속들이 알 수 있었다.

여의도통신 기자들은 담당 의원을 밀착 마크해 방송출연, 휴가계획, 국감준비, 선거법 위반 소송 동향까지 놓치지 않고 취재해 보도했다.

다음으로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터지면 바로 의원실로 찾아가 입장과 견해를 밝힐 것을 요청했다. 유권자는 당연히 자신들이 선출한 의원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의도통신 기자들은 김선일 씨 피납사건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날 아침과 박창달 의원 파동이 터진 다음 날 아침 담당 의원실을 전격 방문했다.

지역 현안과 관련된 입법 활동이 정책성 기획기사도 빼놓을 수 없다. 사전재해영향성제도(심재덕), 농산물 생산지 표시 엄격화, 자동차보험상 농민정년 연장, 발전소 주변지역 범위 확대(류근찬) 학교급식법 개정안(정장선) 등이 의원들의 입법 활동과 관련된 기사라면, 2004년 하반기 농업문제와 국회의 움직임을 점검한 '농정현안 긴급점검' 시리즈(김진석 기자)는 정책성 기획기사의 가능성을 보여준 기사라고 할 수 있다.

정책성 발언이나 의원 사이의 입장 차이도 비교해서 보여주려 노력했다. 이를 위해 개원을 전후로 인터뷰를 추진했는데, 이기우, 심재덕(수원), 우제항, 정장선(평택), 류근찬(서천), 김광원(울진) 의원이 이에 응했다.

이 과정에서 "야당 갔어도 수도이전 찬성했을 것…화성·오산 연계 수원시 광역화 필요"(심재덕) "정치인 남경필은 온실 속의 화초…풀뿌리 이기우의 소명은 지방분권"(이기우) "오지개발 관련법 꼭 손보고 싶었다"(김광원) 등 현안과 관련된 발언을 들을 수 있었다. "내수위축 타개하려면 재정지출 확대 필요"(김진표)와 "경제문제 복지적 관점서 봐야 해결 가능"(이기우)처럼 의원 사이의 입장 차이를 드러내 보여주기도 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즉석에서 포착한 현장이나 이슈도 있었다. '국민에게 듣는다'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국민이 발언하는 동안 잠자던 의원의 모습을 카메라에 잡은 "의원님, 졸리면 집에 가서 주무시죠"(김진석 기자), 여당 의원의 정부 비판 발언에 대한 보수 언론의 왜곡 보도를 다룬 '정장선 일정일기 일파만파'(김은성 기자), 남이 하면 스캔들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정치인의 위선적 태도를 목격하고 작성한 '김근태 장관과 박창달 의원'(김동현 기자) 등의 기사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여의도통신이 갈 길은 너무나 멀다. 길을 잃지 않으려면 '나침반과 지도'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이호진 수원일보 대표의 발언은 시사적이다. 그는 "지난 두 달 동안 여의도통신 기사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호의적이긴 하지만 수원일보가 여의도통신에서 기사를 사온다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심동체인 풀뿌리언론 회원사와 여의도통신의 관계를 마치 기존 언론사들이 연합뉴스와 계약을 맺고 기사를 사오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여의도통신은 이 대표의 다음과 같은 발언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풀뿌리언론 네트워크를 통해 정치개혁과 언론개혁을 동시에 실천하고 있는 여의도통신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풀뿌리 마인드'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여의도통신을 탄생하고 존재하게 만든 이유이자 본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의도통신 기자들은 상시적으로 해당 풀뿌리언론과 긴밀하고 유기적인 쌍방향 소통을 이뤄야 한다."

(여의도통신=정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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