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예총 회장
‘지난 일을 잊지 않는 것이 후세의 스승’이라고 했다. 과거의 지혜가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 수원문화재단이 20세기 문화예술사에 발자취를 남긴 수원출신 문화예술인물의 삶과 작품을 조망하기로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일을 서술하여 시민들이 그들이 남긴 뜻을 볼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다. ‘문화예술도시-수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위상을 한껏 올리는 데 분명 기여할 것이다.

한 도시의 아름다움은 절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인하여 드러난다. 아무리 아름다운 산과 물도 그 자체로는 의미가 없다. 뛰어난 인물을 만나고 또 그들이 남긴 문화유산이나 족적이 있어야 세상에 도시의 명성을 알릴 수 있다. 문화유산이나 작품은 사람을, 그리고 과거를 기억하게 한다. 시민들이 공유하며 문화적 토양의 자양분으로 함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더욱 절실한 시대적 요구인지도 모른다. 역사나 과거를 지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과거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소중히 지난 흔적을 되돌아보면서 미래를 그려가는 데 필요한 자산이다.

지역출신 문화예술인물 중에 오랜 역사 속에 국가와 사회를 위해 많은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 있으나, 기초자치단체에서는 그들에 대한 재조명 내지 선양을 위한 일은 이제껏 손을 놓았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몇 해 전에 ‘이달의 문화예술인물’을 선정한 바 있다. 역사라는 창고에 잠자고 있는 지역의 훌륭한 업적을 남긴 문화예술인물을 발굴하여 지역에 드러내는 일은 절실하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근원 없는 물이 없듯이 조망하는 문화예술인물들은 시민들의 정신생활에 훌륭한 버팀기둥이 될 것이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이들의 삶과 발자취를 통해 귀감을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뒤늦게나마 역사 속 문화예술인물에 눈을 돌리는 것은 인문학도시를 지향하는 수원시에도 걸맞은 사업이다. 인문학은 말 그대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사람이 반가운 휴먼시티-수원의 문화가치를 한껏 높이는 일이다.

수원문화재단이 조명하고자 하는 문화예술인물이 출중하지 않아도 좋다. 한 시대 동안 존재감이 뚜렷하지 않아도 된다. 자기세계에 대한 치열한 성찰을 통해 시민들에게 귀감이 되면 족하다. 그들이 도달한 세계의 깊이와 넓이에서 동시대 누구의 추격도 불허하지 않아도 된다. 수원출신으로 문화예술계에 한 획을 가른 인물로서, 시민 모두의 가슴에 와 닿는 그런 인물이 선정되었으면 좋겠다.

수부도시-수원은 그간 문화예술인물을 보존하는 표징물이 없었다. 자취가 서려 있는 곳에 표석을 설치하여 기억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작업도 없었다.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베토벤, 로댕 등 예술가들의 묘지나 집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문화를 관광 상품화하는 외국의 경우와 비교할 때 우리의 문화적인 관심은 ‘전무 하다’는 소리를 외면할 수 없다. 이제라도 역사 속에서 수원출신 문화예술인물의 숭고한 얼과 발자취를 오늘에 되살림으로써 창조의 기반을 다져가야 한다.

역사의 흐름은 올라가고 내려가는 추세가 비슷하다. 잘 살펴보면 오늘 벌어진 일이 지난 인물이 일찍이 겪었던 일이다. 그래서 지난 인물이 한 일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문화예술인물을 조명하고자 하는 뜻도 여기에 있다. 지나간 역사 앞에서 겸손하고 지난 인물의 경험에서 하나라도 배우고자 하는 마음 씀씀이와 태도가 필요하다. “문화예술은 국화꽃이 아니다. 가을 한철에만 피는 그런 계절의 꽃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유한 전통문화를 호흡하는 습관을 길들여 전천후 문화풍토를 이 땅 위에 수립해야 한다.” 초대 문화부장관시절 이어령 장관이 한 말이다. 꽃이 아무리 아름다워 오래두고 보고 싶어도 언제 가는 진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선정될 수원출신 문화예술인물의 ‘이름 석자’는 우리의 사랑이고 수원의 자랑이자 시민의 자긍심이 되어야 한다. 그들의 정신이 시민들에게 이어져 삶의 교훈이 될 때, 문화예술인물의 조망사업은 뜻 깊은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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